[블루프리뷰] '남자가사랑할때' 황정민, 아직 변신이 더 남았나

입력 2014-01-13 18:25
수정 2014-01-14 11:21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한동욱 감독, (주)사나이픽처스 제작)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건달 연기와 멜로 연기의 갑(甲) 중의 갑인 황정민은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한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멜로는 완성됐다.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들은 제법 잘 어울렸다.



이 작품은 사랑 빼고는 다 해본 거친 남자 태일(황정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겉모습은 무섭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태일은 사랑에도 직설적이다. 첫 눈에 반한 호정(한혜진)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자신의 사랑을 내보인다. 그런데 그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러브레터 대신 여자가 가진 빚을 제해주는 각서를 들이밀고, 여자에 대한 마음을 서툴게 표현한다. 그래서 태일과 호정은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태일의 그 다듬어지지 않은 애정은 호정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았나.

황정민에 의해, 황정민을 통해 만들어진 ‘남자가 사랑할 때’는 남자가 사랑할 때 어떻게 바뀌는지를 아주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비록 이 사랑이 이성간의 관계만은 아니다. 태일은 호정을 사랑하게 된 후 서서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가족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관객들은 태일을 통해 사랑이란 모두의 삶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중 가장 큰 사랑은 태일이 호정에게 보여주는 사랑이겠지만 말이다.



황정민은 그랬다.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황정민은 다소 식상하고 뻔한 스토리를 아주 ‘황정민스럽게’ 만들어냈다. 요술이라도 부렸나 싶다. ‘어디서 봤던 이야기인데’ 싶다가도 황정민에게 그대로 빠져들고야 만다. 다수의 작품에서 건달로 출연했던 황정민은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거칠게 자신의 마음을 토로할 때도, 시크하게 담배를 입에 물어도 그저 감탄사만 연발시킨다. 멜로킹이라는 말이 정말 아깝지가 않다.

영화 ‘신세계’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조감독 출신인 한동욱 감독의 연출력 또한 빛을 발했다. 유쾌한 리듬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태일과 호정의 첫 만남, 태일이 호정에게 빠지고 호정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냈다. 호정이 태일에게 점점 반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결정적인 한 방을 제대로 날리며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정리시킨다. 영화의 활기찬 앞부분에 비해 뒤로 갈수록 지루한 면은 없지 않지만 끝까지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가며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황정민과 한혜진의 조합. 두 사람이 잘 어울릴까 의문이 들건 사실. 그러나 이들은 스크린 속에서 다른 듯 같은,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의 조합을 보여준다. 서로로 인해 빛나는 마법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열애 중임을 고백한 곽도원, 지난해 12월 새신랑이 된 정만식 등 연기 감초들이 출동해 영화의 깊이를 더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악역 전문’ 곽도원의 색다른 연기도 ‘남자가 사랑할 때’의 볼거리 중 하나다. 사랑할 때, 그 사람은 더욱 빛난다. 2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0분.(사진=NEW)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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