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경영전략을 놓고 속속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업황이 부진해 내핍경영을 벌이던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내실을 다지느냐’와 ‘뻗어나가느냐’를 놓고 향방이 엇갈린다.
신한&하나 ‘과감한 시장개척’
올해 해외시장개척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과감히 뛰어드는 지주사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다. 두 지주회사가 각각 경영진과 임직원들을 모아 올해의 비전을 선포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올해 공격적 경영전략이 확고함을 짐작케 한다.
신한금융은 10일 오전 전체 경영진을 모아 ‘신한경영포럼’을 가졌다. 올해 신한금융은 베트남에서의 성공 사례를 다른 아시아지역에도 적용해 집중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베트남에서 신한금융이 HSBC 다음가는 2위 외국계 은행이 됐다”며 “최근 카드 사업을 시작해 약 7만장 이상이 발급됐다. 앞으로 캐피탈, 할부금융, 리스 등 소비자 금융과 리테일 금융을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한금융의 아시아 지역 진출 목표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인도네시아다. 베트남의 경험을 발판삼아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역내 금융회사가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통폐합이 대세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한금융은 인도네시아 메트로익스프레스 은행과 인수계약이 체결돼 있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오지 않아 답보상태다. 신한금융은 올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진출을 본격화함과 동시에 선진국에 대해서도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진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신한금융의 장점이었던 비은행 부분의 경쟁력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이익기여비중은 39%로 전년보다 1%포인트 늘었다. 저금리와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연간 2조원대 순이익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해외사업의 경우 비은행 부문에서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역시 대대적인 비전선포식을 가진다. 하나금융은 1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전 계열사 직원들을 모아 ‘하나금융지주 출발 2014’ 행사를 개최한다. 앞서 10일 오후에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는 대규모 해외시장 진출 계획 등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올해 미국 지역 진출에도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연방의 승인을 받아 BNB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최근 계열사인 외환은행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함께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지점 역시 현지당국으로부터 통합을 받아 다음달 새롭게 출범한다. 또 중국법인의 통합작업도 당국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두 계열사의 해외 통합 뿐 아니라 국내에서의 시너지도 보다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외환카드를 분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하나SK카드와의 통합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IT부문과 카드영업부문의 통합은 예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IT부문에서의 통합도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 분야 최우수 은행으로 선정된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는 더 진화된 상품군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상품구조를 단순화해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제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또 지난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감점사항을 영업점에서 본점으로까지 확대하고 올해는 그 반영 비중도 더 높아질 예정이다. 전산개발도 활발해진다. 현재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사전 예방하는 시스템을 전산화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KB&NH ‘내실 경영’
한편 KB금융지주는 올해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치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발생했던 도쿄지점 횡령사고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아직도 종료되지 않은 만큼 지주사 내부의 분위기는 상당히 동요된 상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고객중심경영과 내부통제, 조직문화 쇄신이라는 세 분야로 나눠 은행 전반의 쇄신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고객중심경영과 관련해 도입되는 KB호민관 제도는 고객이 은행 경영진 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순환근무제와 직무순환제도를 강화해 내부통제와 윤리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KB금융은 국민은행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영쇄신 작업 중 ‘조직문화 쇄신’ 부문이 전지주사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조직문화 쇄신 위원회’를 지주사 차원에서 꾸렸다. 특히 이 위원회에는 국내 금융권 사상 최초로 외부 교수진 4명이 참여하고, 조직관리에 관여하는 폭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포도 상당폭 축소된다. 국민은행은 이달안에 점포 55개를 통폐합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임영록 KB금융회장은 리테일 분야 국내 1위자리를 되찾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비용절감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서 우량 소매고객 확보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는 것은 농협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실제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농협금융을 둘러싼 사업여건이 올해도 그리 녹록치 않다”며 “적지않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협금융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3월까지는 자회사 편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기존 계열사와의 DB통합작업 등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IT분야 보안과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도 숙제다. 지난 2011년부터 수차례 반복돼온 전산사고는 농협금융지주가 갖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기존까지는 IT시스템을 농협중앙회에서 관리하다보니 사고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의 규제망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IT업무가 지주사로 이관되기 시작해 책임이 무거워진다. 게다가 지난 8일에는 사상최악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건에까지 연루되면서 내부통제 논란은 올해에도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실적도 고민이다. 4천개가 넘는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고 있음에도 중앙회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가 매년 4천억원에 달해 순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내수가 부진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농협금융지주가 진출한 지역은 뉴욕과 베트남, 중국 등 세곳에 불과하다.
'기존CEO 체제 공고화' VS '새 CEO 체제 개막'
이처럼 지주사들의 색깔이 갈리는 것은 CEO의 상황과도 연관이 깊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김승유 전 회장의 수렴첨정설로부터 상당폭 자유로워지는 등 두 지주사의 지배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임영록 KB금융 회장이나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의 경우 새로 선임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데다 기존 지배체제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