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40편. 반전의 기회는 있다

입력 2014-01-08 09:30
[조충현의 ‘펀드노트’] 40편. 반전의 기회는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야구선수 ‘칠봉이’가 연적(戀敵)인 ‘쓰레기’에게 말해서 우리 귀에 익숙해진 “끝날 때까지 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은 통산 15회에 걸쳐 올스타에 선발 된 뉴욕 양키스 포수 ‘요기베라(Yogi Berra)’가 쓴 책의 제목이다.

‘요기베라’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도 했다. “제 아무리 형편없는 경기일지라도 언제든지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있다.” 야구를 통해 얻은 경험을 간결한 언어로 전달하는 데 능했던 ‘요기베라’의 이 말은 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추세에 맞물려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고 있는 이 땅의 많은 투자자들에게 격려와 힘이 되는 말이다.

최근 이트레이드증권사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80대 고령자들의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23%나 늘었다고 한다. 그동안 보수적 투자 층이었던 50대부터 80대들이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번만큼 쓴다, 구지 무리해서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해오던 노년층의 투자관에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인간의 오랜 염원인 100세 장수시대가 열렸지만 모두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은 은퇴 이후의 삶에서 금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사람에게 오래도록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생활비는 생명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자산을 안전한 곳에 묵혀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금성 자산을 실질 금리 이하의 성과에 내 맡겨두고 있는 것은 제 살 깎기 식 재테크 방식임을 모두가 인식하기에 이른 것이다. “노년층 = 안전자산” 선호라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노년층의 증시 참여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노년층은 젊은 세대와 달리 특별한 지출 처(부동산구입비, 자녀교육비)가 많지 않아서 성장과 가치를 믿고 꾸준한 투자가 가능하다. 말라가는 증시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건전한 증시 발전을 위해서 노년층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증시 참여는 긍정적이다.

증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펀드시장도 다양한 계층에서 투자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면 상품 개발도 수월해지고 펀드시장의 기초가 튼튼해져서 지속적인 펀드시장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특히 월지급식펀드, 부동산펀드, 라이프사이클펀드, 연금저축펀드 등과 같은 유형의 펀드들은 여유로운 노년의 삶이 되도록 초점을 맞춰진 펀드들이다.

불행하게도 아직 '펀드 광풍'의 여파가 곳곳에 남아 있어서 펀드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호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이것은 펀드의 구조적 결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운용자의 실력이나 원치 않은 투자로 인해 생긴 투자자의 실망감이 주요인이다.

앞으로 일정한 과도기를 거쳐 펀드시장이 튼튼해지고 발전의 청신호가 켜지면 펀드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은 달라질 것이다. 중장기적 투자를 기준으로 위험대비 수익이 꾸준하게 나올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펀드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자신의 위험감내도와 투자목적을 정확히 파악해서 직간접적인 투자수단을 잘 선택해서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구성한다면 혹시 겪게 될 지도 모를 노년궁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