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13년 한해 금융권을 돌아보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금융권의 맏형인 은행권을 살펴보겠습니다. 은행들은 올 한해 안팎의 어려움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다소 개선될 전망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진욱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은행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내우외환'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실적악화가 뚜렷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권 전체 순익을 5조3천억원으로 추정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익의 큰 뼈대인 이자수익이 저금리로 타격을 입은데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비이자수익도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고경영자 물갈이 폭풍도 은행권을 흔들었습니다. MB정부 시절 이른바 '4대 천왕'이 떠나는 과정에서 KB와 우리, 산업은 회장이나 행장이 교체되었고 신한금융은 회장 연임을 둘러싸고 홍역을 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과 회장과 행장의 전횡 같은 은행권의 불확실한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직원의 횡령이나 고객정보 유출, 전산오류 같은 각종 사고가 터져나오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습니다. 여기에 수익만 중시하는 풍토로 소비자는 여전히 뒷전이라는 여론까지 형성되며 은행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외풍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국이 앞장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은행들은 눈치보기에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합검사 이외에도 각종 테마검사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압박감을 경험했습니다.
여기에 STX그룹을 시작으로 경기침체에 따라 돈줄이 마른 대기업이 속출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테이퍼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여수신 관리에 애를 먹는 동시에 해외자금 조달도 신흥국 위기로 살얼음판을 걸었습니다. 12월부터 새로운 BIS 자기자본비율(바젤Ⅲ)이 적용되면서 자본의 질적개선을 위한 부담까지 짊어지게 됐습니다.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는 긍정적입니다. 테이퍼링과 경기회복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순익도 7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30%이상 불어날 전망입니다. 다만 일부 가계부채나 대기업 부실이 커지는 신용위험이나 저금리에 따른 자금이탈로 인한 유동성위험, 내부통제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잠재적 위험요소로 남아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온 은행권이 2014년에는 발등에 떨어진 각종 난제들을 털어내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