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수의 투자자에게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굵직한 금융회사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습니다.
자금력을 앞세워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는 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준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이 결정된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곳은 보고펀드와 MBK파트너스였습니다.
두 곳 모두 국내 투자은행업계에서 유명하고 대표적인 사모펀드입니다.
특히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행보는 말 그대로 거침없습니다.
1조8천억원에 ING생명 인수에 성공한 데 이어 LIG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양생명을 보유하고 있는 보고펀드 역시 LIG손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역시 사모펀드의 입김이 거셉니다.
파인스트리트그룹은 지난 16일 마감한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후보군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투증권을 포함한 계열사 4곳을 묶어 파는 작업인 만큼 변수가 많지만 자금력을 앞세워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경남·광주 등 지방은행 인수전은 최근 사모펀드들이 하나둘 씩 발을 담그면서 판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광주은행 공동인수에 나섰고 MBK파트너스도 경남상공인 연합과 손잡고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습니다.
내년에도 동양증권과 현대증권 등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의 ING생명 인수를 허용해주면서 '론스타 사태' 이후 빗장이 풀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무리한 배당과 나중에 되팔기 위한 몸값 올리기 등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HK저축은행의 경우 순이익의 90%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배당을 해 감독당국에게 검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주요 금융사 주인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모펀드의 행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