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을까. 더 이상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기도 입 아픈 배우 전도연(40). 그녀가 2년 만에 영화 ‘집으로 가는 길’(방은진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주)다세포클럽 제작)로 돌아왔다.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전도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렇게 세밀한 표현을 해낼 수 있었을까 싶다. ‘집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도연의 영화가 틀림이 없었다.
전도연은 ‘집으로 가는 길’에서 대서양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 유일한 한국인 정연 역을 맡았다. 정연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남미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던 중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되어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거리에 위치한 낯선 타국의 교도소에 수감되고야 만다. 누구와도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주불대사관에게조차 거절당한 정연. 전도연은 집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정연을 정말 처절하게 표현해냈다. 눈물이 흘러내릴 만큼.
◆ “그저 답답한 생각만 들어”
억울했다. 그래서 분노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집으로 가는 길’의 이야기를 듣고 전도연은 답답한 마음이 가장 컸다. 어느 것 하나와 소통이 되지 않는 곳에서 이런 일을 겪어야만 했던 당사자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저 답답했다. “서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럽고 끔찍했을까. 그래서 그 분을 만나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 분에게 피해가 될까봐”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그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조심스러웠어요. 이 영화는 누구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닌데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죠. 도미니카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그 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왔잖아요. 그 이후에는 그녀에게 ‘힘드셨죠?’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VIP 시사회 때 오셔서는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라고요. ‘힘드셨죠? 괜찮으셨어요?’라고요.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정말 감사했어요. 그분에게도 이 영화가 위로가 된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도연은 2년이라는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말라가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러나 뜨거운 땡볕아래에서 연기를 해야 했기에 굶는 다이어트는 절대 할 수가 없었단다. 전도연은 “피곤하고 예민한 것들이 얼굴을 통해 다 드러났다. 극도로 예민해져 생전 안 해 본 급체도 했었다. 그 모습이 정연과 많이 닮아있지 않았나 싶다”며 체중감량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스크린 속에서 누구보다 연약한 존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있을 때는 더욱 더.
“교도소가 도미니카 첫 촬영이었어요. 안에 들어가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었죠. 대사의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어떻게 될까 겁도 먹었고요. 교도소 촬영이 시간적 제약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협조를 잘해주시는 거예요. 감사했죠. 교도소에서 싸움을 하는 분들 빼고는 모두 수감자에요. 안에 있는 게 갑갑하니까 촬영을 신기해하고, 무언가 자신을 드러내려고 열정적으로 연습을 하더라고요. 오히려 의견도 내놓고.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났어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도미니카 사람들이 참 정이 많더라고요. 감사했어요. (웃음)”
◆ “공백기 2년... 작품 하고 싶었다”
2년 만이다. 전도연이 사라졌다 다시 얼굴을 내밀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궁금했다. 그동안 전도연은 왜 스크린에 나오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추측이 일었다. 그 중에는 일부러 그랬다는 말도 나돌았다. 전도연은 연기에 목말랐단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이 공개됐고 그녀의 말이 100% 이상 이해됐다. 전도연은 작품 속에서 ‘나 정말 연기하고 싶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고 싶었죠. 그런데 하고 싶다고 내 욕심처럼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뿐이에요. 최근에 남자 중심의 영화들이 성행을 하고, 제작이 되고 그랬잖아요. ‘나 이러다가 은퇴하게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되는 거.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얼핏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 목마름은 ‘최고의 연기’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사실 전도연에게 이런 수식어는 늘 있어왔다. 새롭지 않아 별 감흥이 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익숙해도 좋단다. 그것도 무척.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단다. “영화를 지금도 찍고 있는데 어떻게 더 잘 해야 되나 싶다”며 아주 깜찍하게 너스레를 떤다. 그렇게 전도연은 자신만의 화법으로 조금의 부담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수식어보다 현장의 부담감이 커요. 힘든 장면을 촬영해야 되는데 ‘이거 전도연은 가능해’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러니 몸을 사릴 수가 없어요. ‘다 안 되지만 전도연은 돼’라고 하면 정말 맨 땅에 몸을 던져야 되는 거죠. 어느 순간 현장이 젊어지니 처음 촬영장에 발을 내딛은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영화에 꿈을 가진 친구들이요. 그 또랑또랑한 눈빛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매번 작품을 할 때 마다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늘 작품을 할 때마다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많은 이들이 ‘또 다른’ 전도연을 보게되지 않을까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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