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캐치미' 김아중 "첫사랑... 어수룩했던 기억만"

입력 2013-12-17 09:09
목소리 톤부터 다르다. 애교가 흘러넘친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마구 샘솟는다. 배우 김아중(31)에게서는 싱그러운 향기가 느껴졌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첫사랑,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 영화 ‘캐치미’(이현종 감독, 소넷엔터테인먼트 심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는 더욱 그랬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돌아왔다. 김아중이 1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김아중은 ‘캐치미’에서 전설의 대도 진숙(숙자) 역을 맡았다. 진숙은 경찰들마저도 혀를 내두를 만큼 완벽한 범죄행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최고의 절도범. 진숙은 10년 후에 만난 첫사랑 호태(주원)에게 잡혀야 될 위기에 처했고, 호태는 진숙을 극진히 보호해주며 결국 같은 배를 타게 되는 상황에까지 처한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가끔은 애교 섞인 행동으로 호태의 혼을 쏙 빼놓는 진숙. 김아중은 진숙과 그렇게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진숙의 캐릭터에 푹 빠져”

지난해 이맘때쯤 영화 ‘나의 PS 파트너’로 관객들을 만난 김아중이 1년 만에 ‘캐치미’로 컴백했다. 좀 더 여유롭고 익숙해졌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좀 더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됐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하지만 김아중은 장르 자체의 익숙함 보다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는 6년 만의 스크린 복귀 작이라 긴장을 더욱 많이 했었다”고.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리고 흥행에 상관없이 ‘많이 해보자’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단다. 그렇게 ‘캐치미’를 만났다.

“캐릭터가 독특해요. 그런데 그것에 끌린 것보다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전체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게 아니라 하나씩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잖아요. 독특했어요. 진숙이 하는 행동도 참 엉뚱하잖아요. 뺑소니를 치고도 집 앞에 주차를 해놓고 인재까지 양성하는 모습. 진숙의 습성이나 성향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했어요. ‘양심은 있을까요? 죄의식이 있을까요?’ 그렇게 의논을 하면서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진숙을 바라보게 됐죠.”

호태의 첫사랑 진숙. 호태는 자신이 잡아야 될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진숙을 쉽사리 잡지 못한다. ‘남자들은 절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이 말은 남자들에게 진리처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호태가 바로 첫사랑 후유증을 제대로 겪고 있다. 조금은 오버처럼. 김아중 역시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첫사랑에 대한 딜레마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남자 스태프는 모두 이호태의 모습에 격하게 공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나도 사실은 ‘이럴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함께.

“우선 감독님이 호태에게 완전히 빙의돼 있었어요. 호태가 하는 행동이나 몸짓을 직접 시연하기도 하셨죠. 키스신에서 ‘컷’을 하는데도 웃음을 머금고 있더라고요. (웃음) 음, 첫사랑? 저는 첫사랑이라고 하면 뚜렷한 어떤 대상이 생각나기 보다는 어수룩했던 제 모습이 더 기억이 나요. 사랑에 빠져서 시를 쓰던 모습 같은 거? 대상을 정확하게 집을 수는 없어요. 그냥 열병을 겪었던 당시의 모습,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이 생각나죠. 그게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 같아요.”



◆ “희귀아이템 주원, 애교 많은 동생”

로맨틱 코미디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김아중이다. 그래서 영화 이야기를 하며 사랑에 대한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김아중은 다섯 살 연하인 주원과의 호흡이 어땠냐는 질문에 “애교 많은 동생”이라고 답했다. “주위에 있는 연하들이 많이 따를 것 같다”는 말에 연하가 없어 그저 주원이 신기했다는 김아중. 그녀는 최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주원을 ‘희귀아이템’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아중은 희귀아이템의 어떤 모습에 반했을까.

“주원은 여자 앞에서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그런 게 없어서 좋았어요. 왜 그 나이에 가지고 있는 것들 있잖아요. 정말 동생 같고 애교도 많고. ‘누나’라고 부를 때 발음도 독특해요. 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여학교를 나왔어요. 남동생도 없고 연하를 사귀어 본 적도 없거든요. 만나고 보니 다 저보다 연상이었죠. 신기하게도. 그래도 주원이 참 신기했어요. 하하. 연애를 빨리 해야 되는데. 결혼도 하고 싶고요. 아마 40세 전에는 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연애 이야기만큼이나 관심이 깊었던 건 배우로서 김아중에게 다가올 미래였다. 제일 잘 할 것 같은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일 것만 같은데 “아직 다른 걸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작품 중 로맨틱 코미디가 제일 많다는 그녀이지만 “더 편하다거나 익숙하거나, 자신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며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직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더 많단다.

“왜 로맨틱 코미디만을 하냐고 하는데 이전의 제 모습들을 보고 찾아주시는 거 같아요. 그리고 여배우들의 선택권이 조금 좁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에 편중되어 있죠. 다른 걸 해봐야 내 자신이 뭘 잘 하는지를 알 텐데. 큰일이에요. 하하. 스릴러나 액션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와이어에 매달려 날아다니고 격하게 싸우는 그런 캐릭터도 좋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기가,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계가 있잖아요. (웃음) 다음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아중의 다른 모습도 기대해주세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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