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캐치미' 이현종 감독이 말하는 로코의 포인트

입력 2013-12-18 09:01
이현종 감독이 영화 ‘캐치미’(이현종 감독, 소넷엔터테인먼트 심엔터테인먼트 제작)로 컴백했다. 2002년 개봉된 영화 ‘묻지마 패밀리’ 이후 10여 년 만에 관객 앞에 선 이현종은 오랜만의 컴백에도 결코 조급함이나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그저 관객들이 ‘캐치미’를 어떻게 봐줄까에 대한 생각으로만 자신을 가득 채웠다.



이 작품은 10년 전 미완성된 서로의 첫사랑 이호태(주원)와 윤진숙(김아중)의 이야기다. 10년 전 서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경찰과 범인으로 만났다. 검거율 100%, 미제사건 제로를 자랑하는 전문 프로파일러 이호태와 완전 범죄로 정평이 난 전설적인 대도 윤진숙. 이호태는 윤진숙을 보자마자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현종은 ‘캐치미’를 통해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준다. 절대 말이 될 것 같지 않아 더욱 영화스럽다.

◆ “로맨틱 코미디는 유쾌하다”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노래까지.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도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됐다. 그래서일까.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라고 하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여기서 봤던 이야기를 저기서 또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 중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보편적인 정서가 있는 반면, 누구도 겪지 못할 것 같은 허구 그 자체의 정서가 존재하기도 한다. 후자에 속하는 ‘캐치미’는 그래서 걱정도 많다.

“어떤 계기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일은 한 번씩 겪잖아요. 현실의 어떤 벽이나 상황적인 부분들에서 용기는 발휘하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그 강도가 세다보니 ‘이건 좀 이입이 안 되는데’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공감대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이런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윤진숙에 대한 이호태의 허덕임이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만들지만 과정과 표현이 달랐을 뿐, 그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만화 같은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오프닝에서부터 왁자지껄한다. 타이틀 하나 뜨는 것조차 시선이 간다. 주원의 다소 오버스러운 연기도, 주원을 살살 녹이는 김아중 본연의 모습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한층 업 시킨다. 누구보다 완벽한 프로파일러지만 윤진숙 앞에서만은 어쩔 줄 모르는 이호태. 그런 이호태에게 빠지지 않는 척 하지만 이미 첫사랑의 느낌을 떠올려버린 윤진숙의 모습은 코미디 그 자체. 이현종의 코미디가 그렇게 적절히 녹아있었다.

“로맨틱 코미디는 유쾌하고 즐겁게 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일단은 제가 코미디 장르를 정말 좋아하고요. 하하. 로맨틱 멜로가 아니다보니 유쾌하고 코믹한 쪽으로 흐른 것 같아요. 주원 씨가 정말 잘생겼잖아요. 댄디한 이미지도 있고. 여자한테 인기도 많을 것 같고 냉철하고 이성적이기까지 한 이호태가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변해가는 과정. 그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프로파일러인데 정작 자신은 전혀 프로파일링이 안 되잖아요. 역시 잘 해냈어요. 주원 씨가 코미디 감이 좀 있더라고요. (웃음)”



◆ “과거 회상 신이 가장 중요”

경찰과 용의자가 정말 사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져만 갔다. 이현종은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잘 안되겠지”라며 웃어보였다. ‘캐치미’는 누구나 간직하고 싶은 첫사랑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나이가 들어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떨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캐치미’는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경찰과 용의자라는 장치를 넣었다.

“그래서 ‘캐치미’는 약간의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에요. 사실 첫사랑이라는 게 다가왔을 때, ‘지금 있는 걸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예요. 그 때의 사랑은 그저 첫사랑의 감정으로 남아있는 거니까요. 눈앞에 있다고 해서 내 마음을 그냥 움직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그래서 대리만족의 심리로 ‘캐치미’를 만들었어요. 그 때의 그 마음을 느끼고 싶어 할 모든 분들을 위해.”

첫사랑의 대리만족. 그래서 이현종은 ‘캐치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과거 회상 신을 꼽는다.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도 회상 신이다. 10년 후 만난 이호태와 윤진숙의 풋풋했던 과거, 10년 전의 이들은 여느 커플과 다름없었다. 이현종은 캐릭터의 외적인 변화를 통해 시간이 변화했음을 인지시킨다. 이호태는 더벅머리로 좀 더 순수하지만 촌스럽게, 윤진숙은 좀 더 가녀리고 나풀거리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첫사랑의 이미지가 그대로 반영된 순간이었다.

“현재에서는 캐릭터를 위주로, 과거에서는 살아있는 감정들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호태는 순수한 미술학도였죠.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보지 못했고요. 그래서 순수해 보이는 가발을 착용했어요. 그와 반대로 윤진숙은 흰색 옷을 주로 입고 현재보다 훨씬 연약해보여요. 아, 주원 씨가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부르잖아요. 못 불렀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있는데 그것도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거예요. 워낙 노래를 잘 부르니까 일부러 못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은 잘 안되더라고요. (웃음)”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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