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급변하는 무역환경‥TPP 득과 실은

입력 2013-12-11 18:21
<앵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한-호주 FTA 타결됐고, TPP도 관심 표명. 세계적으로는 WTO 출범 이후 첫 무역협정도 타결되면서 전세계 시장 개방에 가속이 붙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무역환경 변화와 관련한 우리 산업계 득과 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신인규 기자, 명진호 무역협회 수석연구원 자리했습니다.

<앵커>

우선 우리 무역환경 어떻게 변하는지부터 살펴보자. 최근의 화두는 TPP인데, 이 TPP에 대해서 신 기자 설명해주시죠.

<기자>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TPP는 태평양을 끼고 있는 나라들 간의 거대 자유무역협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TPP에 가입한 국가들 끼리 관세를 없애고 시장을 개방하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현재 참여국가와 참여희망국가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12개국입니다. 중국은 이 TPP에서 빠져 있습니다. TPP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GDP를 모두 합하면 전 세계 38%에 달합니다.

TPP는 애초에 참여 국가 간 100% 관세 철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TPP 참여국 중 기존 FTA를 맺은 나라도 있지만, 우리가 TPP에 참여하면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 사이의 관세 철폐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두고 '조금 더 높은 수준의 FTA'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정부는 원래 TPP보다 다른 무역협정에 관심이 더 있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가 TPP 관심표명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정부는 그동안 TPP 참가국 12개국 중 8개국과는 이미 FTA를 체결했고 캐나다와는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실제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했었습니다. EU와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은 한중FTA와 한중일FTA,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무게가 더 실려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TPP에 공식 참여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일본이 TPP에 가입할 경우 그동안 우리나라가 누려왔던 FTA 선점 효과를 일본이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습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이었는데, 이 TPP가 미국 주도의 무역협정이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하는 협정이라는 성격이 있어서 중국과 FTA를 준비하는 우리나라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상무부 측에서도 우리나라의 TPP 참여가 한중 FTA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TPP 참여에 대한 국제 변수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우리나라가 다소 늦은 지난 11월 29일 TPP에 대한 ‘관심표명’을 정식으로 하고, TPP 협상에 뛰어들었습니다.

<앵커>

다소 늦게 뛰어든 감이 있는데, 우리가 뒤늦게 들어갔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은 없습니까?

<기자>

TPP 협상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현재 정부는 현재 협상 참여, 가입, 불참 세 가지 선택지가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협상에 참여하게 되면 일본처럼 협정의 세부 상황을 조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안에는 TPP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서,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참여한 12개국들의 협상이 모두 끝난 뒤에 가입해 미리 이들 국가가 정해놓은 협정을 따라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협정의 경우 뒤늦게 참여한 나라에게는 소위 '입장료'라는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추가 관세 인하라든지, 우리가 포기하기 어려운 농업 시장의 개방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등 협상 참가 12개국은 현지시간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내년 1월에 다시 각료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시간을 더 벌게 된 셈입니다.

<연구원>

일본같은 경우는 2011년에 관심 표명 뒤 협상 참여까지 20개월이 걸렸는데요. 일단은 우리와 일본은 상황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참가 과정을 세부적으로 보면 실제 참여선언부터 참가까지는 4개월이 걸렸지만 내부 여론 조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견 수렴 절차를 짧게 할 경우 현재 TPP 협상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아주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타결이 된다면 업종 별로 희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산업계는 이 TPP에 대해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수출 주도 산업인 석유 화학, 전자 산업 등에서는 TPP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유통업계 등도 장기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러나 모든 FTA에서 그래왔듯이 농업 쪽에서는 큰 반발이 예상되고요. 자동차, 기계산업계도 수입이 늘어나면서 피해가 있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산업에는 어떤 분야에서 이득일까요?

<연구원>

TPP에서 우리 산업에 이득이 되는 측면이라고 하면 수출 확대 효과를 들 수 있는데요. TPP 네트워크 참여로 늘어나는 효과와 함께 두 번째는 시장 확대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수출의 70%~80%가 중간재입니다. TPP는 역내 수출 네트워크를 늘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됩니다. 대표적으로는 섬유산업인데요. 우리 기업 다수가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 법인을 두고 미국에 생산하는데요. TPP를 통해 베트남 생산 의류가 대미 수출 확대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직물업체들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산업군은 섬유 뿐 아니라 석유화학, 철강 산업에도 나타나는 특성입니다.

<앵커>

득이 있으면 실이 있을 텐데요. 타격이 우려되는 분야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TPP를 맺는 국가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미국에 버금가는 농산물 수출국입니다. 이들 나라로부터 수입이 되는 농축산물이 우리 농축산물과 대체 관계가 있느냐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감귤과 비슷한 호주산 오렌지를 소비자들이 많이 사먹게 된다면 감귤 분야에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요. 감귤, 포도, 쇠고기와 같은 식품에서 우리가 적자를 크게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제조업에 미칠 악영향과 관련해서는 일본을 주시해야 합니다. 이 TPP에 참여하면서 자동차, 기계산업계도 수입이 늘어나면서 피해가 있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요 대일 수출 품목을 보면 전자집적회로, 철강 평판 압연제품들의 수출이 계속해서 감소폭을 보이고 있고요. TPP가 타결되면 관세율 6%에서 8%까지 붙었던 완성차나 자동차 부품, 기계류, 터빈 부문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부분에서 우리 기업/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있습니까?

<연구원>

정부에서는 농업 관련 해서 농업 강국 포함이 된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농수산품에서 개방 제외 품목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일본과의 공조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개방할 경우에는 농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우는 FTA 국내 보완대책을 마련했는데 54조원 규모입니다. 이러한 대책을 활용해야 합니다.

<앵커>

종합적으로 득실을 따져봤을 때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가 나선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TPP 협상 진행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와 전략들은 없습니까?

<연구원>

TPP는 상품, 지재권, 경쟁정책과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신흥국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과의 공조가 필요하고요. 협상전략을 통해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대한민국은 현재 FTA 상대국의 GDP 총합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나라입니다. 상대 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우리 시장도 열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제 블록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개방형 강소국인 한국은 또 한번의 위기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