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라 더욱 안타까운 영화 ‘집으로 가는 길’(방은진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주)다세포클럽 제작)이 4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검거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으로 가는 길’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거리, 대서양을 건너 1만2400km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낯선 타국의 교도소에서 재판도 없이 2년이라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정연(전도연)의 이야기를 그린다. 131분간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아내 정연은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기만 하면 돈을 주겠다는 남편의 친구 문도(최민철)의 말에 프랑스로 향한다. 그러나 정연은 여권에 처음 도장이 찍히던 날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후 정연은 프랑스의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옮겨진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홀로 자신을 지켜내야 했던 정연, 그리고 그 때 즈음 한국에서는 정연을 애타게 기다리는 남편 종배(고수)와 딸 혜린(강지우)이 있었다. 문도의 배신으로 집과 가게를 모두 잃은 종배는 아내까지 타국에 빼앗겼다. 졸지에 찢어져버린 가족, 아무 것도 모른 채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눈물을 자아낸다.
사실 이 영화는 전도연으로 시작해 전도연으로 완성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이라는 공백기를 겪은 전도연은 그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처절하게 정연을 완성시켰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정연과 완전히 일치한다. 낯선 타국 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정연, 한국에 있는 남편과 딸을 2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한 정연은 한 없이 무기력하고 나약해진다. 자신의 몸 하나 가눌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굳은 마음 하나로 버텨온 정연. 그녀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조금씩 자신의 처지를 극복해나간다.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집으로 가는 길’. 관객들은 그렇게 전도연의 모습을 따라가며 그렇게 몰입한다.
멋있는 역할만 도맡아왔던 고수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완벽하게 변신했다. 항상 잘 차려진 슈트에 반듯하게 넘긴 머리카락으로 신사의 이미지를 보여줬던 고수는 그 어디에서도 ‘잘생김’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종배일 뿐이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잘 씻지도 못해 검어진 종배, 딸 바보라고 불릴 정도로 딸에게 만큼은 극진한 정성을 쏟는 종배, 머나먼 곳에 아내를 두고 매일 그리워하며 그녀를 찾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종배의 모습은 여느 남편 혹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누가 그를 그저 잘생긴 배우라고만 했는가, 재벌가 사람에 딱 맞는 옷이라고 했는가. 고수는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남자의 변신은 유죄’라는 말을 제대로 입증시켰다.
더욱이 ‘집으로 가는 길’은 사건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카리브해 로케이션을 감행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높였다. 대한민국은 물론 프랑스 도미니카 공화국 등 3개국에 걸친 로케이션 대장정을 통해 실제 프랑스 오를리 공항, 주불대사관, 도미니카 나야요 여자 교도소 등 전례 없는 촬영으로 사실감을 더했고 특히 정연이 바라보는 카리브해는 정연의 처지와 완전히 대비되는 아름다움으로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카리브해와 정연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자니 이토록 가슴이 따끔거릴 수가. 정연의 처절함이 극히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11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1분.(사진=CJ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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