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기적을 믿어요] 5편. 제로의 기적 (1)

입력 2014-01-09 09:55
"이런 이유로 인간은 홀로 창조되었다. 그게 누구든 하나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자는 세상 전체를 황폐하게 한 죄를 묻고, 그게 누구든 하나의 영혼을 보호하는 자는 세상 전체를 보호한 것에 대한 상을 물을 것이다."

- 탈무드

2008년 가을, 시에라리온

시에라리온에서는 매년 14만 명의 신생아와 3만 명의 산모가 파상풍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는 1분당 세 명꼴로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파상풍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파상풍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출산할 경우, 탯줄을 자를 때 생긴 상처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의 산모들은 주로 집에서 출산을 하는데 파상풍의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철제 조각이나 더러운 칼로 탯줄을 자르기도 한다. 믿기 어려운 얘기 같지만 사실이다. 개발도상국의 산모들은 출산을 할 때 위생적인 공간을 찾기가 어렵고 출산 과정에서 살균 소독을 마친 기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론적으로 보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가임기 여성에게 3회의 예방주사만 접종하면 된다. 그러면 자동으로 태아에게 파상풍 면역력이 생겨 출산 시 오염된 기구를 사용하더라도 질병에 노출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파상풍 예방접종 주사 자체도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구매할 경우에는 1회당 70센트꼴로 저렴한 편이다. 만약 유니세프가 예방백신의 제조를 직접 의뢰하여 현지에 배포한다면 접종 1회당 60센트 정도만 들이면 되므로 1인당 필요한 경비가 1달러 80센트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더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전 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공적 지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마케팅팀과 머리를 짜서 ‘제로의 힘을 믿어요(I believe in Zero)’라는 캠페인을 만들어 열심히 홍보하고 있었다.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아이들의 수를 ‘제로’로 만들자는 의미였다. 우리는 팀을 짜서 파상풍이나 영양실조, 깨끗한 식수의 부족, 기아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지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고 애썼다.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에 사망하는 아이들 숫자는 2만 6,000명에 달했다. 1년이면 950만, 즉 1천만 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 첨단의 시대에 깨끗한 물이 없어서, 영양이 부족해서, 백신접종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죽어간다니 믿을 수 있겠는가? 세계인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는 ‘제로의 힘을 믿어요’라는 홍보용 포스터를 사무실 곳곳에 붙였고, 홍보용 배지와 티셔츠를 배포하고 기발한 홍보용 이벤트도 펼쳤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그 캠페인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였다. ‘제로의 힘을 믿어요’라는 슬로건은 아이들이 질병으로 사망하는 숫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우리 모두가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사실과 한 명의 아이라도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시에라리온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호텔에 여장을 푸는 것도 미루고, 프리타운에 하나밖에 없는 아동 병원으로 직행했다. 의료진이 우리를 병동으로 안내했다. 그중 한 명이 우리에게 중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미리 알려주었다. 각오는 했지만 실제 그 참상을 보니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참기 힘들었다. 시에라리온의 대부분 가정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서 오일

램프로 불을 밝힌다. 그런데 램프가 넘어져서 화재가 나는 일이 많아 화상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파란색 그물망이 씌워진 병원 바닥 매트에 누워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주 기본적인 진통제조차 부족한 탓에 통증을 완화시켜주지는 못했고, 감염된 상처만 치료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 상처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