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이슬람 금융‥韓 소외될라

입력 2013-12-03 17:49
<앵커>

수쿠크, 타푸라는 금융상품을 들어보셨습니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오일머니를 근간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슬람 금융상품들의 명칭인데요.

최근 이슬람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김치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얼마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슬람경제 포럼에 캐머런 영국총리가 참석했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이 자리에서 비 이슬람권 국가 중 영국이 이슬람 금융의 가장 큰 중심이라며, 2억 파운드 우리돈으로 3400억원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쿠크(Sukuk)는 이자를 받을 수 없는 이슬람 금융법에 따라 투자자와 자금 수요자 중간에 부동산 등의 매개체를 놓고 이자 대신 임대료 등의 이득을 지급하는 이슬람채권 방식의 하나입니다.

<인터뷰> Dato' Sri Nazir Razak(라작) CIMB그룹 사장

"일반투자자들은 일반 상품과 이슬람 상품을 모두 투자할 수 있지만 이슬람 투자자들은 이슬람 상품만 투자가 가능하다.

그래서 만약 당신(한국)이 이슬람 상품을 만들면 보다 많은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은 자금 조달을 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기준으로 이슬람 인구는 18억명.

1970년 5억 6천만명에 불과하던 이슬람 인구는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2020년 이슬람 신자 수가 전세계 인구의 24%에 달할 것(미국 고든콘웰신학교 글로벌기독교연구센터)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더구나 이슬람 문화권은 석유와 천연자원이 많아 오일머니 등 강력한 자금력을 보유한 나라가 많은 상황.

이를 반영하 듯 2006년 500억 달러 수준이던 이슬람 채권 발행규모는 지난해 2300억 달러까지 성장했고, 올 3분기를 기준으로도 2500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12%나 또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중동 외화 자금 유치를 위해 수쿠크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종교 논란에 휩싸여 무산된 상황.

당시 MB정부는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4대강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이기 위한 자금 조달 창구로 스쿠크 발행 등 이슬람 국가들의 오일머니 유치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상황과 탈 동조화를 보이는 중동자금은 국내 위기상황의 종종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자금조달 경로가 막힌 삼성, LG, SK 등이 98년도 이슬람금융방식으로 일부자금을 해외 현지에서 조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삼성의 경우 말레이시아 금융기관을 통해 무라바하(이슬람 채권 중 하나) 방식으로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을 대만 업체로부터 사들여 제품생산을 이어가는 등 위기를 넘겼습니다.

<스탠딩>

이슬람금융은 전세계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영국과 호주는 이미 이슬람 채권발행을 시작했고 주변국인 일본과 홍콩도 이슬람 채권 발행을 위해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종교문제를 떠나 대체자금 조달 수단으로 또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을 위해서도 우리 금융시장도 이슬람 금융에 더 깉은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경제TV 김치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