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석되는 '버냉키-옐런 출구전략'"

입력 2013-11-26 09:00
수정 2013-11-26 09:08
굿모닝 투자의 아침 1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금융위기 이후부터 올해 4월까지는 대체로 비상대책으로 대변되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만 해도 출구전략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출구전략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5월부터다.

어떨 때는 출구전략 이야기를 했다가, 어떨 때는 양적완화 이야기를 하면서 출구전략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쪽으로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었다. 5월 이후부터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과 출구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이렇게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통화정책 기조가 울트라 금융완화 기조에서 중립적 기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출구전략에 대한 립서비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다 보니까 다시 양적완화 정책으로 회귀한다는 차원에서 영구적 양적완화 정책이 나왔다. 한마디로 지금은 과도기를 겪는 복잡한 상황이다.

나오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해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출구전략, 영구적 양적완화 정책 등 의견이 겹쳐 그동안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월가에서 출구전략에 대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것은 이런 혼탁한 국면을 정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비상대책을 추진해왔던 양적완화 정책, 제로금리도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회복시키는 대책이다. 출구전략 역시 경기를 안정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에 목적은 같다.

마치 상반되는 기조에서 양적완화 정책은 완화 기조, 출구전략은 긴축이다 보니까 목적이 흐트러는지는 분위기였다. 그런 과정이 월가에서 의미가 정확하게 재해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 여건도 정상화되니까 비정상화 대책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출구전략이라는 의미다. 출구전략은 증시와 경기에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진했던 비정상 대책, 비상대책이 있어야 출구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출구전략 이전에 비정상적 대책이 없으면 출구전략은 나올 수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5년 동안 FRB가 추진해왔던 핵심적인 정책이 앞으로 걷어낼 출구전략의 대상이 된다. 그런 과정에서 5년 동안 FRB가 추진해왔던 정책은 브라운식 방식인데 브라운식 방식이 결국 출구전략의 대상이다. 소위 빅스텝 금리인하로 표현되는 제로금리은 시간 문제지 정책여건과 경기가 정상화되면 걷어낼 것이다.

그 이전에 금리라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선별적인 통화정책이기 때문에 걷어낸다 하더라도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무엇이든지 파급효과가 크면 선제적인 정책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신흥국보다 선진국은 공개시장 정책이 잘돼있다.

유동성 조절정책은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에 앞서 유동성 조절정책이 나오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이 출구전략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양적완화 정책이 출구전략의 대상이 되고 금리는 가장 연기해서 경제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다. 또 출구전략이라는 것은 비정상대책이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대상이 되고 재정정책에서도 대상이 된다.

버냉키, 차기 자넷 옐런 같은 훌륭한 학자들이 정책을 시원하게 가져가야 하는데 지금은 어쩔 때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 같고, 어쩔 때는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 같이 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 이론으로써 쉽게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제로금리 정책 추진해왔는데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해도 지금은 제로금리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시점이고 돈도 굉장히 많이 풀었다. 그런데 경제는 여전히 잠재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것을 디스 그로스라는 표현을 쓴다. 통화량을 많이 풀고 제로금리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장률을 과거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이 오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고용도 늘지 못한다.

경제 성장률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물가는 안정돼있는 것이 디스인플레이션이다. 디스 그로스, 디스인플레이션으로 D공포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물가는 안정돼 있으니까 돈을 푸는 입장에서 돈을 푸는 것에 대한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이 풀 수밖에 없다.

자산 부분은 거품논쟁이 되고, 경기는 살아나지 못한다면 자넷 옐런, 버냉키 의장 입장에서는 거품을 발생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지금 만족하지 못하는 경기나 고용문제를 생각하면 결국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출구전략도 확실하게 가져가지 못하고, 양적완화 정책도 확실하게 가져가지 못하니까 동시에 추진하려고 하다 보니까 지금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비상대책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회복하고, 특히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정책적으로 판단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출구전략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확실하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평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실업률 6.5%, 인플레이션 2.5%로 교집합이 아니라 합집합이다. 양쪽 중에 하나만 달성하면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선제적 정책이기 때문에 내년 3월 이후에나 출구전략이 추진될 것이다.

출구전략은 분명히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FRB 내부에서는 로드맵이 있다. 소위 옵티멀 컨트롤 룰로 고용에 무게를 둔 통화준칙을 설정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올해 5월 이전까지는 완전히 양적완화 정책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은 양적완화 정책과 출구전략을 병행하는 단계다.

출구전략과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하는 단계가 지금 단계라면 현재의 경제 심리상태가 중요하다. 미국도 연준의 정책수단에서 크게 보면 시장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은 시장의 심리상태를 잘 조율한다는 의미다. 최근 출구전략에서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다는 것도 소통 문제다.

그런 과정에서는 지난 5월 이후부터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수단을 이야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때가 되면 출구전략 이야기만 하는 것도 립서비스다. 지금처럼 초연결 사회, 오피니언 말 한마디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립서비스도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런 과정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립서비스에 의해 출구전략의 목적을 달성하는 단계다. 이런 단계를 거쳐 출구전략이 추진된다면 소극적 전략에서 적극적 전략으로 될 것이다. 그래서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줄이다가 경제 여건이 좋으면, 또 부작용이 나타나면 돈을 환수하게 되고, 마지막에 기준금리까지 올리는 단계를 거치게 것이다.

울트라 통화정책을 지금까지 추진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선진국 국채, 금 가격 하락, 미 국채 하락 등이다.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당초 예상보다 더 풀었기 때문에 위험자산도 거품우려가 되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안전자산도 거품, 위험자산도 거품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의 정책 과도기적 상태에서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