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수경기가 발목을 잡으면서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지점을 대거 축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종은행들은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지점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어떤 속사정인지 이근형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BCC 현지법인을 인수한 국민은행.
이 법인에 총 9천400억원을 투자해 4천억원이 넘는 투자손실을 봤고 추가 부실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선뜻 발을 빼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국민은행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토종은행들은 중국 예대율 규제 등으로 해외로부터의 수익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철수나 규모감축은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입니다.
3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난 씨티은행이 지점 22개를 줄였고, 적자를 낸 SC은행이 국내에서 지점 100개를 줄이기로 결정하는 등 외국계 은행들이 해외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무엇보다 토종은행들이 해외에 자체 지점을 보유한 외국계 은행과 달리 현지법인 위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됩니다.
현지법인은 한번 들어서면 현지 금융당국의 눈치가 심해 섣불리 발을 빼기가 힘들고 일단 빠져나오면 다시 진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위원
“현지법인 나가는 거는 상당히 전략적으로 오랜기간, 흔한말로 잘 닦은 다음에 나가는 거잖아요. 나가는 과정자체가 상당한 과정을 거치면서 나가는 것이니까 쉽게 거둬들일 수 있는건 아니다 이거죠.”
실제 외환은행의 경우 론스타 대주주 시절 미국의 은행지주사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이었던 퍼시픽유니온 뱅크 지분을 처분하고 지점을 모두 폐쇄하면서 최근까지도 미국시장 재진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토종은행들은 수익기반의 대부분을 국내에 두고 있어 국내 점포축소 역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지점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어려운 토종은행들의 딜레마는,
그동안 내수시장이라는 울타리안에만 머물러왔던 영업방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근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