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33편. 편하게 있어, 펀드는 내가 ····!
중세의 약리학자이자 약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파라셀수스(Paracelsus)는 “모든 약은 바로 독이다. 다만 용량이 문제일 뿐 독성이 없는 약은 없다”라고 말했다. 약의 오용(誤用)과 남용(濫用)이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리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약은 법으로 과대광고나 난매(亂賣)를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관계된 약은 약효와 부작용을 아는 전문가에 의해서 처방되고 투약되어야 한다. 약은 일반소비재 상품과 다른 특성(생명관련성, 공공복지성, 고도의 전문성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펀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의 땀과 미래가 담긴 돈이 투자되는 펀드는 투자자에게 무척 소중한 것이어서 이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운용사나 투자 상담을 하는 판매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려고 마음먹고 맨 처음 만나는 사람이 펀드재무설계사(이하 재무설계사)다. 올바른 약 복용법을 약사에게 묻듯, 투자자는 재무설계사를 통해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맞는 펀드를 소개받고 해당 약관과 투자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도록 안내받는다.
약관은 투자자와 펀드 운용사 간의 계약을 문서화한 것으로 투자자가 서명을 함과 동시에 투자자와 운용사의 모든 거래가 구속된다. 투자를 권유하는 문서인 투자설명서도 중요한 서류다. 혹 원본 투자설명서의 분량이 많아서 다 읽고 확인하기가 어렵다면 투자자는 첨부되는 요약본이라도 읽고 숙지해야한다.
능력 있고 책임 있는 재무설계사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가 약관과 투자설명서을 읽게 하고 서명을 받는 것이라면 궁극적인 임무는 투자자가 성공투자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가 종결되는 환매로 투자자의 자금이 인출되는 때까지 투자자와 동반하며 투자자의 버팀목이 돼주어야 한다.
태생적으로 펀드상품은 관련용어들이 외래어가 많고 수익구조 또한 간단치 않아서 다른 투자수단에 비해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가가 변하는 투자 상품인 까닭에 투자자들의 투자선택과 궁금증은 계속된다.
재무설계사가 자신을 믿는 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방향을 정해 수준 높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무설계사 스스로 관련정보에 안테나를 세우고 차별화된 정보 수집에 애써야 할 것이며, 시장분석 능력을 배양하는데도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재무설계사의 차별화된 능력은 자문 받는 투자자의 투자성과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제 자본선진국들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독립된 재무설계사들의 등장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현재처럼 재무설계사들이 판매채널(은행, 증권, 보험 등)에 직원으로 속해 있는 체제에서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기 쉽고,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데도 한계가 있다.
판매채널과 투자자의 중간에서 서로의 이해 상충되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건전한 투자로 이끌기 위해서는 재무설계사들이 소신껏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한다. 현재 국내펀드시장에 널리 퍼져있는 불신과 패배감, 그리고 실망스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쉬운 독립된 재무설계사들의 등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