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민호 역시 솔직하고 다정한 김탄 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극중 자신이 서자임을 밝히며 힘든 하루를 보낸 이민호의 눈물 연기가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14일 방송된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 김은숙 극본, 강신효 연출) 12회에서 김탄은 횡단보도에서 차은상에게 손을 내밉니다. 하지만 차은상은 이를 거절합니다. 앞서 차은상과 김탄은 김탄의 어머니 기애(김성령)에게 둘 사이를 들켰고, 차은상은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김탄은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에게 우리 엄마라고 못하는 거 괜찮아? 라헬이랑 결혼하면 평생 엄마를 엄마라고 소개 못 할지도 모르잖아"라고 말합니다. 기애가 말한 것처럼 김탄에겐 두 명의 엄마가 있지만, 그래도 김탄은 외롭습니다. 다음날, 어떤 결심을 한 듯 보이는 김탄은 효신 선배에게 자신이 서자임을 고백합니다. "나, 이사장님 아들 아니야. 우리 엄마 따로 있다"며 "떨리나, 안 떨리나 시험해봤어. 근데 떨린다. 형한테 말하는 것도 되게 무섭네"라고 말이죠. 아마 떨리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 순간을 이민호는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또한 김탄의 형 김원(최진혁)과 전현주(임주은)는 김원의 아버지에게 둘 사이를 들키고, 김원은 아버지의 경고에 "아버지. 그만하시라구요. 왜 제 고백을 아버지가 대신하세요. 저도 못한 고백인데"라며 전현주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알고 있는 김원은 울면서 나가는 전현주를 잡지 못합니다.
김탄은 집앞에서 우연히 전현주와 마주치고, 울고 있는 전현주에게 "괜찮냐"라고 묻습니다. 전현주는 김탄을 알아보고는 "형 좀 잡아줘"라는 부탁을 전합니다. 김탄은 집에서 나오는 형에게 전현주가 간 곳을 알려주지만 김원은 "따라갈 마음 없는데..."라며 안 좋은 얼굴로 말합니다. 그런 형의 모습에 김탄은 형을 걱정하고, 김원은 결국 "아버지가 사람 붙였어. 너도 책 잡힐 짓 하지말고"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전현주를 찾아간 김탄은 형이 오지 않을거란 이야기를 전해주며 "누구세요? 형 여자친구세요? 저 어떻게 알아봤어요? 혹시 형이 제 이야기했어요?"라고 묻습니다. 전현주는 "응. 내 동생은 다정하고 솔직하고 키가 많이 크고 눈이 자기랑 똑같다고. 근데 진짜 그러네"라고 대답합니다. 늘 형을 좋아했지만, 형의 차가운 말에 상처받던 김탄은 처음으로 형이 자신을 미워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가 하면 학교에서 차은상을 못 본 것처럼 지나친 김탄은 방송국을 찾아가 "그냥 보고싶어서 온거야"라고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차은상이 알바하는 곳에 찾아가 "잘 지냈냐? 집 나오니 좋냐? 나 안보니 좋냐? 내 손 놓으니 좋냐? 꿈에서 반가웠다. 어젯밤에"라는 말을 건네며 뽀뽀를 합니다. "너도 나 보고 싶었으면서"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는 차은상에게 "집에 오지마. 오늘은 절대 오지마"라는 말을 남기고는 집으로 향합니다.
결국 김탄은 자신의 약혼녀 유라헬(김지원)과 라헬의 어머니(윤손하)를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신이 서자임을 고백합니다. 아버지에게 혼이 난 김탄은 울고 있는 엄마를 위로합니다. "미안해. 엄마랑 생각이 달라서 미안해"라는 말로 자신보다 엄마를 걱정합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이민호는 차은상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차은상을 보는 순간 크게 숨을 쉬더니 눈물을 흘립니다. 이민호의 눈물이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김탄을 안아주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 김탄의 고백은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늘 자신의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오해가 되는 김탄은 '서자'라는 사실이 무거운 비밀임과 동시에 약점이었고, 상처였고, 외로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김탄과 최영도(김우빈), 이들은 모두 상처받고 외로운 아이들입니다. 모든 비밀을 알아아버린 최영도에게 차은상이 "어떻게 할건데"라고 소리치자, 최영도는 "뭘 어떻게 해. 내가. 난 내 상처도 어떻게 못하는데 네 상처를 어떻게 해. 네가 가서 쓸쓸했고 네가 돌아와서 좋고 네 비밀은 무겁고 그냥 그래. 내가 뭐 어떻게 한데? 그래서 너 한테 아무것도 못 하잖아. 국수나 먹자고 하지. 못 놀겠다. 너랑. 국수는 다음에 먹자"라고 말하죠.
이처럼 '왕관'의 주변,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상처조차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외로운 아이들입니다. '왕관'은 무겁고, 그들은 고작 열여덟, 외로운 소년일 뿐입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의 사랑은 무모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절대 돌려말하는 법 없이,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런 이들의 모습이 때로는 무모하지만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민호는 다정하고 솔직하고, 어찌보면 무모한 김탄을 최선을 다해 연기합니다. 또한 자신만의 김탄을 만들어가며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과연 김탄이, 아니 이민호가 다음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됩니다.(사진=SBS '상속자들' 화면 캡처)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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