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32편. 클래식·와인·펀드

입력 2013-11-13 09:30
[조충현의 ‘펀드노트’] 32편. 클래식·와인·펀드

클래식 음악을 방송에서 소개하는 어느 음악인에게 기자가 “당신은 어떻게 그 많은 클래식음악의 제목을 번호까지 다 외워서 소개하느냐?” 고 물었다. 그러자 그 음악인은 자기가 어떻게 그걸 다 외웠겠느냐고 오히려 기자의 말에 반문하며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써가지고 읽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름 어렵기로는 와인도 만만치 않다. 5가지 패턴( ‘산지 명’, ‘포도의 품종 명‘, ’양조장명‘, ’브랜드 명‘, ’애칭‘)에 의해서 작명되는 와인이름 역시 패턴 내 요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외우기 어려운 암호문과 다를 바 없다.

펀드이름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협회의 ‘간접투자상품 및 판매에 관한 규정’에 의해 정해지는 펀드이름은 맨 앞에 운용사, 다음으로 운용특성, 투자대상, 펀드순번, 그리고 맨 뒤에 종류형 순번 등이 규정에 따라 나열되는 방식{예: 한국투자삼성그룹증권투자신탁1(주식)(c5)} 으로 서툰 투자자는 보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이다

다른 것과 구분하는 얼굴이며 제2의 생명으로 대접받는 이름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지만, 좋은 이름이 어떤 것인가 대해서는 시대마다 이해관계자간에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펀드의 경우에도 법 규정에서 정한 패턴을 근거로 펀드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측과 서둘러 단순화해야 한다는 측으로 갈린다.

펀드를 평가, 판매하는 입장에서 좋은 펀드이름은 체계적으로 분류가 가능한 것이 편한 방법이다. 하지만 펀드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낮선 금융용어와 생뚱맞은 단어(지속가능, 피타고라스 등)까지 들어간 펀드이름은 알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워서 가능한 단순한 이름이기를 바란다. 자기가 투자하는 펀드상품에 대한 이름의 의미를 알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특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까닭이다.

자신이 투자하고 보유하고 있는 펀드인데도 잘 기억해 내기 어려울 만큼 현재의 펀드이름은 투자자들에게 복잡하고 어렵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만이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이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고, 펀드 명칭을 통해 펀드 내용과 위험 혹은 수수료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세상에 답답한 것 중 하나가 되지도 않을 일을 끝없이 우기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수도 없이 펀드이름에 대한 구조 설명을 해왔다. 하지만 일반투자자의 이해수준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이쯤 되면 법 규정을 근거로 정하는 펀드이름 짓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방향이 옳으니 정책당국은 이끌고 투자자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투자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는 투자자의 편익에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펀드유형을 구분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 아니다. 편리를 누리는 쪽이 투자자가 아니라면 편리를 누리는 쪽에서 불편을 감당해야한다.

한때 중국펀드의 인기가 높을 때 ‘미차솔’, ‘봉차’라는 별명으로 미래차이나솔로몬, 봉쥬르차이나펀드가 불렸던 적이 있었다. 일반투자자가 원하는 펀드이름은 이처럼 쉽고 단순한 것이다. 펀드이름이 ‘금덩어리’면 어떻고 ‘돈방석’이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