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친구2' 그래도, 역시, 곽경택의 느와르

입력 2013-11-11 07:30
2001년 대한민국 뒤흔들었던 영화 ‘친구’를 기억하는가. ‘마이 무따 아이가’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등 수많은 유행어와 함께 영화판에 조폭 바람을 불러일으킨 ‘친구’. 그 후속작인 영화 ‘친구2’(곽경택 감독, (주)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제작)가 13년 만에 돌아왔다. 추억과 향수는 사라졌지만 느와르적 요소가 강해졌다. 단순한 ‘친구’의 후속 작품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돌아왔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전작에서 동수(장동건) 살해혐의로 복역하게 된 준석(유오성)이 17년 뒤 교도소에서 나와 살아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동수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출발, 숨겨진 그 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여기에 1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세상과 마주한 준석, 동수의 아들 성훈(김우빈)과의 만남을 비롯해 준석의 아버지이자 1960년대 부산을 움직였던 전설 철주(주진모)에 대한 회상이 더해졌다. 곽경택 감독은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곽경택은 ‘친구2’에서 과감히 추억과 향수라는 코드를 빼버렸다. ‘친구’ 이후 ‘써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수없이 쏟아진 일명 ‘옛날이야기’들과 차별 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어두운 뒷골목의 세계, 조금 더 진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더했다. 곽경택의 말에 의하면 ‘친구2’는 일명 ‘노스탤지어 느와르’. 즉, ‘친구2’는 향수가 있는 거친 남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친구’ 이후 수많은 조폭영화가 쏟아져 나왔고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많아졌다. 하지만 곽경택이라는 명성은 지워지지 않았다. 13년이 지나 ‘친구2’를 보는 순간 ‘그래도 조폭영화는 곽경택이네’라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대놓고 다 보여 주자’라는 일념으로 만든 19금 ‘친구2’는 더욱 잔인해지고 강해졌지만 오히려 그 모습들이 통쾌함을, 쾌락을 선사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전작의 향수에 목마르다.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이야기가 제대로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나보다.



그 속에서도 유오성은 여전했다. 카메라를 집어 삼킬 것 같은 눈빛은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그렇게 많지 않은 대사에도 흡인력은 최고조. 그리고 그에 맞대응하는 김우빈은 유독 빛났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김윤석에 대적하는 여진구처럼 유오성에게 맞서는 김우빈은 강렬했다. 수많은 반항아를 연기해왔던 김우빈은 ‘친구2’에서 정점을 찍었다. 단순히 사람을 실감나게 죽이고 카메라를 노려봐서가 아니다. 지금껏 이 작품을 위해 반항아의 모습을 연습해온 것처럼 무섭게 질주한다.

또 하나, 이 영화의 히든카드. 준석과 같은 날 출소해 준석의 식구가 되는 조태(장지건)다. 장지건의 모습을 보고나면 관객들은 분명히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냐’고 말이다. 100% 이상 장담할 수 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지만) 반삭에 무서운 얼굴을 하고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대사를 뱉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거짓말 같은 연기가 극의 몰입을 더욱 높인다. 곽경택의 보는 눈이 정확했다. 1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4분.(사진=(주)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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