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조현병’ 가족들이 더 창의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근 조현병과 창의성에 관한 연구결과가 영국정신의학회지에 보고된 것.
스웨덴에서 1973년부터 2003년까지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등 중증질환 가족 30만명을 대상으로 창의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군과 정상군 간의 창의성 비교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조현병 환자 가족은 정상군에 비해 창의성이 과도하게 높게 보고된 것이다.
김찬형 이사장은 “제한된 조건하에서 조현병 성향이 창의력을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확언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이번 연구 외에도 조현병과 창의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또 “조현병과 창의성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는 사회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존엄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왜 정신분열병이 아니라 조현병인지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현병’을 잘 치료하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제시됐다.
현을 조율하는데 문제가 생긴 병이란 뜻의 ‘조현병’은 환자들의 망상이나 망각, 환청 등으로 인해 생기는 행동을 폭력성과 연계하면서 잘못된 사회적 낙인이 찍히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런 조현병도 잘 치료하고 관리하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현병 환자중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쉬, 유명 음악가인 나다니엘, 러시아 무용수 나진스키, 천재적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 등도 있다.
지난 10월 25일 대한조현병학회 15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던 미국 Maryland 대학 William Carpenter 박사(조현병 분야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Schizophrenia Bulletin 편집장)도 “조현병환자의 치료는 장기적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노벨상수상자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닐 것이다”며 “새로운 치료법발견과 약물치료, 인지기능 개선에 대한 발전이 빨라지면 이는 보다 더 쉬워질 것이다”고 밝혔다.
또 위대한 화가로 알려진 윌리엄 블레이크는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영혼으로부터 자신의 시와 그림을 창작한다고 말했고, 작곡가 로버트 슈만은 잦은 환청과 망상으로 고통을 받았으며, 베토벤과 멘델스존도 무덤과 교감하면서 작곡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처럼 광기와 천재성은 한줄기였을지도 모르며, 이로 인해 과거부터 ‘조물주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비유돼 왔다.
무엇보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는 필수적이다.
즉 존 내쉬와 나다니엘 에어스는 각각 수학과 음악 분야에서 천재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공궤도에 올랐지만 나진스키와 까미유 끌로델은 정신병원과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쓸쓸하게 삶을 마쳤다.
이들은 똑같은 조현병을 앓았지만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과학적인 치료를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어지기 때문이다.
즉 존 내쉬(1928년 생)와 나다니엘(1951년 생)은 조현병에 대한 과학적 치료가 시작된 후 병이 발병했지만 나진스키(1890년 생)와 까미유 끌로델(1864년 생)은 과학적 치료가 시작되기 전 생을 마감했다.
김찬형 이사장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며 “조현병도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를 받는다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고 전문의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