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31편. 택시 기본요금

입력 2013-11-06 09:30
[조충현의 ‘펀드노트’] 31편. 택시 기본요금

택시요금은 손님이 택시에 승차한 다음 운전기사가 택시미터기의 주행버튼을 누르고,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지불이라는 버튼을 누를 때까지의 요금이다. 택시미터기가 택시요금을 계산하는 방법은 기본요금(3km 이내) 외에 시간거리병산제 (시간과 거리 2가지 요소)로 추가되는 요금을 더하는 방식이다.

만일 택시 요금에 기본요금이 없고 시간거리만을 기준으로 요금이 메겨진다면 아주 가까운 거리를 타고 내리는 승객의 경우에는 단 몇 백 원의 요금만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지만,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번거롭기 만하고 손해만 늘어나는 일이다. 택시기사는 이런 단거리 승객을 피할 도리를 궁리할 것이고, 꼭 태워야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합승을 하거나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데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펀드 수수료는 각 펀드마다 정한 수수료율에 투자금액을 곱해 투자금액에서 공제한다. 큰돈이나, 적은 돈이나 수수료율은 한가지다. 그래서 큰돈을 맡기는 투자자로부터 얻어지는 수수료 수입과 적은 돈을 맡기는 투자자로부터 얻어지는 수입은 차이가 크다. 예컨대 같은 연 1% 수수료율이라고 해고 1억 원을 투자하는 투자자에게서는 1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이 생기지만, 100만 원을 맡기는 투자자에게서는 고작 1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법에서 정한 같은 가입절차에 따라 상담하고 판매했는데 어느 쪽은 100만원의 수입이 들어오고, 다른 한쪽은 1만 원 수입이 고작이라면 수수료 수입으로 먹고사는 판매사가 질 높은 서비스와 친절의 우선권을 어디에 둘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펀드는 사전에 따져볼게 많은 투자 상품이다. 최소한의 상품소개와 상담서비스가 부실하면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기 쉽다. 소액투자자들에게도 충분한 판매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판매회사가 상담서비스를 발 벗고 나설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까다로운 판매규정을 지켜가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판매를 성실하게 하라고만 강요하는 것은 판매회사로 하여금 편법을 궁리하도록 내모는 일이다.

자본선진국처럼 따로 개인자문 수수료를 따로 받지 못하는 국내투자시장의 경우에는 펀드 투자 시 택시가 기본요금을 받는 것처럼 최소한의 자문 수수료를 투자자가 부담하는 펀드수수료 체계{기본자문수수료 + (투자금액 × 금액별 체감수수료율)}을 고려해 봄직하다. 그것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고액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여 참여를 늘리고, 장기적으로 소액투자자 그리고 판매회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 여겨진다.

당장은 기본자문수수료가 소액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비용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상담서비스를 통해서 원치 않는 부당한 투자를 피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 향상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면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다.

또한 펀드판매회사들에게 체계적인 선진자산관리 서비스 정착을 돕는 수익원을 마련해 줌으로서 건전한 자산관리시장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다. 무조건 투자자보호만을 목청껏 외친다고 투자자보호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 대안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