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설경구 "'소원', 딱 '소원'처럼 잘 돼 기뻐"

입력 2013-11-01 11:52
"영화 '소원'은 딱 '소원'처럼 잘 되고 있어서 정말 좋아요."



말장난 같지만, 배우 설경구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소원'이 '소원'처럼 돼서 좋다"고. 무슨 뜻일까.

배우 설경구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31일 강남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1993년 '심바새매'로 데뷔한 설경구는 2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고, 올해는 특히 바빴다. '타워'로 시작해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등 무려 4편의 주연 영화를 내놨다.

설경구는 "다시는 한 해에 4편이나 되는 영화가 개봉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전부 다 망하지 않고 괜찮은 결과를 얻었죠.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특히 설경구가 감사하는 영화는 현재 상영중인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다. 실제 아동 성폭력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피해자의 아픔과 회복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지난달 2일 개봉됐으며, 27일에는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현재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영화의 주제인 아동 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설경구는 "'소원'은 꾸준히 하루 1만 명 정도 관객이 들고 있다"며 "물론 잘 되면 다 좋은 거지만, 지나치게 잘 되면 오히려 좀 그런 부분도 있는 영화인데..."라며 영화의 가슴아픈 면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원'은 딱 '소원'처럼 잘 되고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님과 이 영화를 하면서 우리끼리 소원이 있었어요. 잘 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급박한 흥행보다는 딱 지금처럼 되기를 바랐거든요. 그런데 정말 우리 소원대로 잘 돼서 소원처럼 잘 되고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설경구는 '소원'의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화 들어갈 때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이준익 감독님께 부탁한 게 있어요. '돈 많이 벌지 않아도 되니, 이 영화는 그저 잘 만들어만 주십시오'라고. 참 고마운 일이에요."

하지만 아동 성폭력에 대한 현실을 얘기할 때는 영화 속 소원이 아빠가 된 듯 분개한 목소리를 높였다. "'소원' 같은 사건은 부각될 때만 관심을 끌어요. 실제로는 하루에 세 번씩 그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한국은 그런 야만적인 사건에 너무 너그러워요. 영화에서도 다뤄지지만 음주상태라는 이유로 형량을 줄여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영혼 살인'이라고도 불리는 일인데..."

설경구는 '소원'이 개봉된 뒤 실제 아동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가 보내 준 손 편지에 특히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준익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뜻을 전한 이 편지에선 '소원'을 '예방주사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 편지를 보고 정말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소원'이 피해자 입장에서도 그렇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요."

설경구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는 아내 송윤아가 직접 케이크를 들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조심스러워하던 송윤아는 "한 말씀 하시라"는 설경구의 독려에 "설경구 씨를 앞으로도 예쁘게 봐달라"고 수줍게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