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음악만 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 그 중심에 그룹 빅뱅의 멤버이자 배우인 최승현(26)이 있다. 2010년 영화 ‘포화속으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소년이 영화 ‘동창생’(박홍수 감독, 더램프(주) (주)황금물고기 제작)으로 3년 만에 복귀식을 가졌다. 눈빛은 더욱 짙어졌고 노는 방법도 제법 무르익었다. 그래도 사람의 마음은 숨겨지지가 않더라. 최승현 만이 가지고 있는 풋풋함이.
최승현은 유일한 가족인 리혜인(김유정)을 살리기 위해 공작원이 되는 리명훈 역을 맡았다. 리명훈은 열아홉 살에 홀로 남으로 건너와 살인병기, 일명 기술자로 활약한다. 오로지 동생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관객들은 이 소년의 이야기에 끌린다. 관객들은 그런 리명훈을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소년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살인자를 보듬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 “액션 신,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
무대 위의 최승현, 아니 탑(T.O.P)은 그랬다. 그냥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카.리.스.마. 그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의 눈빛 하나에 모든 것을 제압당할 것만 같은 느낌.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울렁거리는, 무언가가 샘솟을 것만 같은 이상한 마력. 그 매력은 ‘동창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살아 움직이는 눈빛은 관객을 유혹하고 촉촉이 젖은 눈망울은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이 정도면 ‘눈빛탑’이라는 별명 하나쯤 붙여줘야 될 것만 같다.
“아무래도 무대 위와 스크린 속 눈빛 연기는 달라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계산해서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나락에 빠져있는 소년, 주로 혼자 있고 감정을 들키면 안 되는 인물.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죠. 영화에 빠져있는 동안은 최대한 바깥출입을 자제했어요. 심리적으로 어두운 기운이 생기니까 확실히 도움은 되더라고요. 실제 성격이요? 누구나 그렇듯이 왔다 갔다 해요. 어두울 때는 한없이 어둡고 밝을 때는 또 밝고. 하하.”
영화 속 최승현을 보고 있자면 젊은 아저씨의 느낌이 든다. 제목도 ‘동창생’이 아니라 ‘최승현’이라는 석자를 써도 아깝지 않다. 절제된 동작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총을 쏠 때도 거침이 없다. 4개월 동안 액션 스쿨에서 구슬땀을 흘린 보람이 아깝지 않다. 이쯤 되니 완전한 ‘액션탑’을 보고싶다. 이런 작품쯤 하나 더 해도 환영할 수 있겠다 싶다.
“사실 아쉬움도 있어요. 더 잔인하고 못된 모습들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아킬레스건을 자르는 장면이라던가. 리명훈이 북한에서 훈련을 받는 장면들도 찍었는데 빠졌어요. 그런데 이런 영화 한 편 더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아요. 트라우마라고 해야 되나? 촬영을 하면서 부상을 입었는데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어요. 영화를 보니 손에 난 상처가 잠깐씩 스치더라고요. 조심을 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죠.”
◆ “김유정, 이상형 바뀌었다고”
시사회 당일, 행사장이 초토화가 됐다. 올블랙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조근 조근 이야기를 하던 최승현이 포토타임에서 일을 내고야 만 것이다. 일명 ‘빙구탑’이라는 검색어까지 만들어낸 돌발포즈는 장내에 있던 이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조각같이 생긴 미남이 허당의 끼를 발산할 때 느끼는 감정. ‘아, 당신도 사람이구나’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오는 그 웃음. 그게 바로 최승현이 사랑스러운 이유다.
“원래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멤버들이랑 있으면 다 알아서 해주거든요. 그래서 혼자 이야기를 해야 되는 자리는 어려워요. 처음 영화를 내놓는 자리라 분위기가 좀 무거웠잖아요. 배우 분들도 긴장하는 거 같고. 그래서 그랬어요. 예전에는 빙구탑이라는 별명이 참 싫었어요. 그럼 그런 행동을 안해야 되는데 이게 저도 모르게 막 끼가 분출되니까. (김)유정이가 절 정말 좋아했는데 이상형이 바뀌었대요. 역시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되나 봐요.(웃음) 사실 몇 가지 포즈를 생각해두고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옵니다. 무대인사 때 만나요.”
액션탑, 눈빛탑 그리고 빙구탑까지. 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많은 매력이 분출되는 건 사실 반칙이다. 하나의 매력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앞으로의 최승현이 더욱 궁금하다. 낯가림도 심하고 말솜씨도 없는 그이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매우 과감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벗어 제낀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 속에서 탑을 찾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최승현만 바라본다.
“작품을 할 때 마다 시야가 조금 넓어져요. ‘동창생’을 통해 전체를 바라보고 갈 수 있는 시야가 완성이 된 것 같아요. 이젠 더 용감해졌죠. 어떤 것을 해도 부끄러움 없이 탁 내려놓을 수 있어요. 과감히 벗어 제낀다고 해야 될까요? 아, 노출 말고요. (웃음) 로맨틱 코미디요? 그것도 좋지만. 음. 사실 전 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갖고 있지 않는 그런 역할이 좋고요. 아직 갈 길이 많으니까. 젊어서 많이 도전해봐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도 한 번 하죠. 제가 추천한 거. 로맨틱 코미디에서 빙구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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