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한 해 동안 지출하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놀랍게도 일본 기압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박병연기자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국내 225개 기업이 지출한 사회공헌비용만 3조25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들 대기업의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중은 3.58%로 일본(1.71%) 보다 두 배나 높았습니다.
미국이 1%, 영국은 0.7%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여전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조사 대상이 선진국과 다르다는 점을 꼽습니다.
우리나라는 사회공헌 지출 수준이 높은 대기업만 조사하는 반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종업원 5명 이상의 중소기업까지 포함시키고 있는 만큼,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기업군 외에는 사회공헌 비용을 거의 안써요. 매출액이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이면 굉장히 큰 기업인데, 사회공헌 비용을 몇 백만 원 밖에 안쓰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통계조사의 허수죠.”
전문가들은 또 기업이 사회공헌을 아무리 많이 해도 법적, 윤리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사회적 평가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횡령이나 배임, 탈세 등 범죄행위는 물론 변칙적인 경영승계나 일감몰아주기 등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위를 되풀이 하면 돈을 아무리 써도 이미지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구분해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업인이 저지른 잘못을 기업의 잘못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뷰>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 사람들이 기업인과 기업을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공헌 한 것은 기업이잖아요. 그런데 기업을 평가할 때는 기업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많이 해도 별로 긍정적인 생각을 못 갖는 거죠.”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아지려면 기업인 스스로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