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와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시장 보조금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방통위가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를 본보기 처벌하겠단 방침이어서 이동통신3사는 서로를 주범으로 지목하며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채주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과열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로 한동안 진정되는가 싶던 보조금 경쟁이 또 시작된 겁니다.
지난 주말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12만8천 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 평균 5만 건. 방통위 시장 과열기준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출고가 99만9천원인 '베가 시크릿노트'가 15만원대에 팔리는 등 8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됐습니다.
이 기간 SK텔레콤과 KT는 가입자가 줄었고, 반면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보조금 경쟁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주말 전후의 추이를 살펴보면 경쟁을 촉발한 게 다른 통신사임을 알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지난 23일부터 KT가 보조금 추가 지급을 시작해 24일부터는 50~60만원 넘는 보조금을 풀었다는 겁니다.
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세가 지속되긴 했지만 24일 가입자 순증은 580명으로 올해 일평균 규모인 1천500명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폰 2종이 출시된 25일에는 SK텔레콤까지 보조금 확대에 나서면서 유플러스 가입자는 600명 순감하기도 했습니다.
주말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보조금을 축소했지만 KT가 70~80만원대 보조금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가입자 이탈이 심화되자 다시 경쟁에 동참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갤럭시노트3, 아이폰 등 신규 단말기가 출시되면서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도 과열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한 곳이 보조금을 확대하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합니다.
방통위가 지난 7월 경쟁 주도 사업자에 '본보기 처벌'을 감행했고, 23일부터 다시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통신사들은 서로를 주범으로 지목하며 진흙탕 싸움만 한창입니다.
방통위는 단말기 가격이 일주일 새 수 십만원씩 낮아져 소비자 차별이 벌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에 강력한 제재를 취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본보기 처벌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됩니다.
한국경제TV 채주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