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이 아스널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한국팬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603일만에 아스널의 박주영(28)이 벵거의 부름을 받았던 것. 그것도 첼시전에서 말이다.
박주영은 30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캐피털원컵 4라운드(16강전) 첼시와 홈 경기에서 0-2로 뒤진 후반 36분 미드필더 아론 램지(23)와 교체투입됐다.
올 시즌 처음 출전한 박주영은 지난 2012년 3월 7일 열린 2011~201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AC밀란(이탈리아)과 경기에서 후반 39분 교체 투입된 이후 무려 1년7개월 만에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추가 시간 4분을 포함해 약 13분가량 경기를 뛴 박주영은 상대 왼쪽과 중앙을 활발히 움직였다.
그러나 1년 7개월만의 출전에 좋은 경기감각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역시나 박주영의 몸놀림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고 경기가 끝난 뒤 영국 스포츠 매체 스카이 스포츠는 박주영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인 3점을 부여했다.
이날 쐐기골을 넣은 첼시의 후안 마타가 9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평점일 수 있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경기 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이 최근 훈련을 잘 소화해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고 밝혔고 위건임대가 무산되었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동안 '투명인간'취급을 받으며 실력을 썩히던 박주영에게는 긍정적인 언급이라 할 만하다.
603일만의 평점이 3점이든 9점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벵거에게 박주영이 아직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위건 애슬레틱의 긴급 임대 제의를 뿌리친 박주영에게 벵거는 '어디 한 번 해볼래?'라는 첫 주사위를 던진 셈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국내에서 박주영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그의 평점에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벵거의 깜짝 기용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동시에 앞으로 아스널의 스쿼드에 박주영이 녹아 있을지를 기대하는 일도 국내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