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 소식으로 온라인이 뜨겁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이 LG를 잡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다음 날, 각종 매체에서는 ‘두산의 KS 진출 확률, 고작 44.4%’라는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자, 삼성과 두산의 경기를 ‘확률 100%와 0%의 한국시리즈 싸움’이라고 경기의 긴장감을 더했다.
단순히 선수의 인기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팀별 승률이나 선수의 성적을 나타내는 수치와 야구를 관전한다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출루율’은 타율로 인정되지 않는 볼넷을 포함하여 타자가 성공적으로 베이스를 밟은 횟수의 비율, ‘장타율’은 타수마다 밟은 총 베이스를 계산해서 타격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출루율과 장타율 못지 않게 ‘타수’는 한두 경기에서 낸 성적이 아닌, 수천 번의 타석에 들어 좋은 성적을 만들어낸 선수를 선별하기 위한 기초 통계자료이다. 이처럼 한 선수의 타율에서 팀의 역대 시리즈 전적까지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해서 야구를 ‘통계의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구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는 통계는 복잡한 상황과 설명을 간단한 숫자로 바꿔주는 매우 강력한 도구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다루고 과정이 복잡하다며 통계를 지루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통념을 깨기 위해 전(煎) <이코노미스트> 경제칼럼니스트였던 찰스 윌런은 숫자에 약한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통계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바로 <벌거벗은 통계학>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벌거벗은 경제학> 이후 10년 만에 복귀작인 이 책은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세상의 흐름을 읽는 직관력을 키워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뉴욕타임스>는 “통계학적 사고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고 극찬했다.
그는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야구 선수의 타율에서,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정치 여론조사, 건강에 관한 알찬 정보들을 제공하는 의학연구, 물가나 금리처럼 빠듯한 가계에 영향을 주는 각종 경제지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통계들의 개념을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이하고 있다.
또 미국 휴스턴의 한 교육감이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을 전학시키고 검정고시를 보게끔 유도해 해당 지역의 중퇴율을 낮추었던 통계조작의 사례처럼 단순히 숫자만을 보는 것을 넘어 제대로 조사되었는지, 정보제공자의 의도가 반영되지는 않았는지를 꿰뚫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웨덴의 수학자 안드레예스 둥켈스는 “통계로 거짓말 하긴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 뒤에 감춰진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고, 데이터가 지닌 놀라운 힘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