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마트폰을 넘어라’ 기획시리즈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주에는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을 돌아보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탄생과 혁신의 의미를 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왜 혁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을까요? 스마트폰 시장이 성능과 디자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정봉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노키아, 블랙베리, 애플, HTC, 그리고 삼성과 LG‥
2009년 1분기, 그러니까 스마트폰 초기 시장을 주도했던 업체들입니다.
그리고 5년 뒤 삼성과 애플, LG를 제외하면 사실상 자취를 감췄습니다. 전통적인 휴대전화 시장의 강자들이 저문 자리는 ZTE와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이 채웠습니다.
2009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두자릿수를 기록한 업체는 3곳이었습니다. 2010년 역시 3곳, 2011년 4곳으로 늘었다가 2012년 삼성이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고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한자릿수 점유율로 떨어졌습니다.
어느덧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아니면 애플이 됐습니다.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 시장의 두 라이벌의 경쟁은 스마트폰 기능 발전은 물론 시장 확대에 획기적인 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폴더형과 플립형, 액정이 가로로 돌아가는 폰까지 피처폰 시대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제품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모두 비슷한 스마트폰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두 개의 스크린을 탑재한 ‘교세라 에코’와 2.6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HP 비어 등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기는 했지만 최악의 디자인이라는 혹평 속에 사라졌습니다.
터치스크린이 스마트폰의 기본 사양으로 자리잡으면서 한손 사용에 적당할 정도의 직사각형과 피처폰 시대의 마지막 유물 홈버튼은 스마트폰 디자인의 모범답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인터뷰> 박건호 청강문화산업대학 이동통신과 교수
“디자인적으로 봤을 때 피처폰이 회사별, 제품별 더 많은 디자인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예컨대 슬라이드형 폴더형은 기존 피처폰에서 있었던 디자인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핵심기술이 공통화 돼 있는 상태에서 기술적인 입장에서의 발전은 있었지만 디자인적인 입장에서는 큰 부각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 똑같은 디자인에 화면을 6인치 수준로 키운 패블릿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면 크기가 곧 디자인 차별화로 부각됐습니다.
제조업체들은 베젤의 두께를 줄이고 폰 무게를 줄이는데 열을 올렸고 뒷면 버튼과 메탈테두리 정도를 제외하면 디자인 경쟁은 사실상 한계점에 왔습니다.
디자인과 함께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성능 역시 끝물에 다다랐습니다.
최신 이동통신서비스 LTE-A와 PC 수준의 데이터처리 능력을 발휘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HD 디스플레이와 1천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 등은 더 이상의 최신 사양을 기대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 2분기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은 79.3%, iOS의 점유율은 13.2%로 나타났습니다. 두 운영체제의 점유율 합계가 무려 92.5%에 달하고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은 양쪽 운영체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처폰 시대에는 전화번호부와 게임, 사전 등 제품마다 특화된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이 갈렸지만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스마트폰 체제에서는 이런 기능 차별화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을 사도 무리없이 인터넷을 쓰고 거의 비슷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스마트폰 시장이) 끝물, 말미에 다다른 시점인데 이 시점에 오다보니 추가적인 성능혁신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지불가치를 크게 느끼지 않는 시점에 도래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떤 스마트폰을 살 것이냐. 이제 소비자들의 선택지에는 디스플레이 크기와 브랜드, 가격 정도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차별점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을 넘어설 새로운 제품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정봉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