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기업 독과점, 이렇게 해결하겠다"

입력 2013-10-21 12:25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새로운 배급회사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하고 VPF(Virtual Print Fee, 디지털필름 상영시스템 이용료)의 부당함에 대해 알리며 대기업 중심의 영화 시장 개선을 위해 나선다는 뜻을 밝혔다.



제협의 이 은 회장(명필름 대표) 및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최용배(전 영화사 청어람 대표)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부회장, 배장수 선임이사는 21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게 두 가지 건에 대해 알렸다.

첫 번째는 제협과 영화제작사 7개사 및 씨네21, 더컨텐츠콤 등 총 10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해 만든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의 출범이다. 두 번째는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디지털로 개봉하는 모든 영화에 징수돼 온 VPF의 부당함에 대한 폭로와, 영화사 청어람이 VPF의 공정성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소송 소식이다.

★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리틀빅픽쳐스'는?

제협은 이날 '공공적 성격의 배급사'를 지향하는 리틀빅픽쳐스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은 회장은 이날 "현재 한국영화산업계는 대기업의 독과점과 수직계열화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산업통계 지표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총 스크린수 및 좌석 점유율은 약 70%이며, 배급사별 점유율 역시 CJ E&M이 26.7%,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12.6%, 롯데엔터테인먼트가 12.0%로 세 회사의 점유율이 절반 이상인 51.3%이다.

이 은 회장은 "이 때문에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극장은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를 몰아서 상영하는 스크린독과점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리틀빅 픽쳐스를 통해 이같은 불공정함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배급 수수료를 책정해 창작자가 마음껏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협은 이날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거래 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고 밝히며, 2011년 2월 영화 제작, 배급사 23사가 멀티플렉스 4사 CJ CGV, 롯데시네마, 프리머스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무분별한 무료 초대권 발권으로 인한 손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2013년 10월 4일 승소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리틀빅픽쳐스는 올 6월 부산영화투자조합 1호와 대한민국영화전문투자조합 1호에 출자했다. 제협은 이날 리틀빅픽쳐스가 배급할 영화들의 구체적인 라인업이나 성격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말하며 말을 아꼈으나,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했으며 1년에 3편 정도를 배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VPF(Virtual Print Fee) 부당성 소송, 왜?

대기업의 영화계 독과점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에서도 현재 제협이 집중하고 있는 것이 VPF 관련 소송 건이다. VPF 건에 대해서는 최용배 부회장이 주로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개념조차 생소한 VPF란 쉽게 말해 극장의 설비 비용을 극장 측에서 제작사에 제작비로 부과시키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불공정 거래임에도 지금까지 묵과돼 왔다"고 말했다.

VPF는 극장 상영 1회당 1만원씩 부과되는 디지털 필름 상영 시스템 이용료로, CJ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디지털로 개봉하는 모든 영화에 징수돼 왔다. CJ CGV와 롯데시네마 VPF의 징수는 두 회사가 공동 출자한 자회사 DCK(디시네마오브코리아)가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은 "영화 '26년' 개봉을 앞두고 처음에 DCK와 VPF 징수 계약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받고 거부했지만, 상영 일주일을 앞두고 원만한 극장 개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주변 동료들과 얘기한 결과, DCK와의 계약을 거부하면 개봉 뒤 심각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이어 "그러나 제작자로서 당시에 이를 거부하면 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했더니 '26년' 예매가 당장 오픈되는 등 일시에 문제가 해결됐다"고 토로했다.

제협은 이 부분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이것은 불공정 거래이며 일종의 끼워팔기, 극장의 지위 남용이라는 유권해석을 해 주었다"며 "많은 제작자들이 평소에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부당하다고 생각해 온 바, 제협 총회에서 이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사 청어람은 DCK와 '26년' 개봉을 앞두고 맺은 계약의 공정성을 묻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 부회장은 "CGV와 롯데시네마 외의 메가박스 및 기타 극장의 VPF는 소니코리아에서 징수 대행을 하고 있어, 청아람은 소니코리아와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라고 추가로 밝히며 "그런데 전국적으로 VPF를 받지 않고 디지털 상영을 하는 극장들이 20개 정도 존재한다.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거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극장들"이라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사진=VPF 관련 소송의 시초가 된 영화 '26년' 포스터)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