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 연예인은 화려함의 대상이다. 연예인들에게는 기쁨만이 가득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톱스타’(박중훈 감독, (주)세움영화사 제작)를 보고나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아니,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는 허구라고 하지만 어쩐지 사실이 더 많을 것만 같다. 일명 배감독(배우 겸 감독) 박중훈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이 뒤섞인 연예계를 배경으로 최고를 꿈꾸는 남자 태식(엄태웅) 최고를 만드는 여자 미나(소이현) 이미 최고의 스타 원준(김민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준의 매니저로 활동하던 태식은 우연한 기회로 연예계 데뷔 티켓을 얻게 되고 급속도로 성공하며 원준을 제치기에 이른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태식의 흥행가도도 주춤하고야 만다. 연예인이라고 뭐 다르겠나. 그저 사람일뿐일 텐데.
탤런트를 갖고 모인 이들의 집합소 연예계. 연습생 100만 명 시대라는 말이 무섭게 많은 이들이 몰아친다. 인기 교체 속도는 LTE급을 넘어선다. 이 이야기가 ‘톱스타’에 담겼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관객들을 더욱 집중시킨다. 제작사에서 만드는 작품에 소속 배우를 끼워 파는 캐스팅, 자신의 기사를 막기 위해 라이벌의 스캔들을 터뜨리는 일 등 소위 말하는 증권가 정보지에나 등장할 법한 일들이 쏟아진다.
사람의 욕망이 그렇지 않나. 자신의 경쟁자를 제치고 높이 올라가고 싶은 심정. ‘톱스타’는 이를 연예계에 빗대 표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회사 안에서도 끊임없는 경쟁이 일어나고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 상사에게 잘 보이는 행동도 서슴지 않지 않나. 그러한 노력을 거친 뒤 한 숨 돌리며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쯤, 또 그 아래에서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후배들을 보게된다. 참으로 힘든 세상이 아닐 수 없도다.
극 중 욕망의 끝을 보게 되는 장면은 태식이 제작자 겸 감독으로 나서는 장면. 선배 배우 안성기는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태식에게 조언을 하지만 태식은 오히려 그런 그에게 화를 낸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느냐며 소리치고, 내일부터 촬영장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버럭한다. 멈출 줄 모르고 이미 끝을 향해 내달린 그의 모습은 불쌍함을 떠나 안쓰럽고 처량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매니저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며 울부짖는 모습은 인간의 극한을 보여준다.
과연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디까지 진실로 받아들일까? 관객들이 생각하는 연예계의 진실은 무엇일까.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을 맛본 후 과연 행복할까?’라는 반문에서 시작된 ‘톱스타’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진심으로 다가갈지 궁금하다. 힘을 내 달려가다 중반부에서 주춤하지만, 끝은 역시 뻔하디 뻔한 결말일지라도 감독으로서 박중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적이라 흥미롭다. 2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7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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