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리스크 해빙기에 더 엄격해지는 '스트레스 테스트'

입력 2013-10-14 09:30
햇수로 6년 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2009년 2분기에 -2.5%까지 떨어졌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는 2.5% 수준까지 회복됐다. 대부분 금융변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주가의 경우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일만큼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각종 공포 혹은 위험지수 추이를 보더라도 갈수록 리스크 해빙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복이 있으나 미국과 유럽 증시 참여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빅스(VIX)와 V-스톡스(stoxx) 지수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위험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면한 오바마 정부의 예산안 처리와 재정적자 축소, 연방부채 한도 협상 타결과 국가채무 해결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소홀히 하고 실업률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강등될 소지가 높다.

유럽재정위기도 근본적인 문제인 재정통합은 그대로 남아있다. 기조 효과와 미국경기 회복 등으로 제조업 지표를 중심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위기 발생국들의 금융시장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도 ‘외연적(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에서 ‘내연적(생산요소의 효율성 증대)’ 단계로 성장경로를 이동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성장통(growth pains)’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는 언제든지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아베식 엔저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정책시차가 짧고 위기극복 효과가 큰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지출한 결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고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이먼-민스키 등 각종 위기이론에서는 최근처럼 정책적으로 위기극복(부양)과 출구전략(긴축)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은 리스크 관리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한다. 마치 암동설한에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이 봄이 다가오면서 밑으로부터 녹아 이제는 겉에만 남아있는 상황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연준(Fed)은 한편으로는 출구전략 추진을 검토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종전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조만간 실시할 태세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이 받은 금융스트레스는 위기극복 과정(부양)과 위기정리 과정(긴축)에서 비대칭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책적으로 긴축이나 위기국면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이 받는 금융스트레스는 약 96%가 선진국에서 기인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도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시장가격 변동과 보유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 분석기법을 통해 파악하는 위험관리기법으로서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분석도구다. 기존의 위험관리기법이 ‘과학(science)’이라고 한다면 스트레스 테스트는 리스크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일종의 ‘예술(art)’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의 경험을 분석해 보면 해빙기에 시장 움직임은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혼돈(chaos)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정보 확산과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대응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장가격이 거의 불연속적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각종 경제위기는 정도 차는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종전과 달리 최근 실시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춰 실시되고 있다. ①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얼마인가? ②기초 변수의 단위 변화에 가치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③변수의 변화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예 : 변동성과 상관계수는 얼마나 되는가)이다.

처음 두 가지, 즉 위험노출액과 위험민감도 측정에 대하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에 기초한 리스크 측정모형으로 충분히 측정할 수 있으나 세 번째는 리스크 관리자의 예측을 통한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예술(art)'이다. 세 번째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변수의 변화정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각국 정부가 직면하는 리스크를 수량화한다.

그동안 금융시장이 얼마나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불허인지를 과거 경험으로부터 보아왔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처럼 정교한 리스크 관리 모형이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 해빙기에는 그동안 단행할 스트레스 테스트와 달리 제대로 설계된 스트레스 테스트의 수행은 효율적 위험관리와 시장신뢰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제기해온 부동산 등 자산거품과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과 부채한도 확대와 같은 재정위험이 있지만 출구전략은 금융사와 금융시장 완충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수익률의 하향 평준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적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면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한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채, 기업어음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증권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포 데믹(info-demic)’ 혹은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재테크 목표와 기준을 갖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다 보면 의외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