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외모.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 김소연.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먼저 손을 내미는 너무나 매력적인 김소연을 햇살이 따스한 어느 가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소연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소현경 극본, 손형석 최정규 연출)에서 검사 박재경 역으로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투윅스'는 살인누명을 쓴 한 남자 장태산(이준기)이 자신에게 백혈병에 걸린 어린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2주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 '투윅스' 박재경, 너무 짠해 울렁울렁
'투윅스'는 김소연에게 "아쉬움과 뿌듯함이 공존"하는 드라마였다. 시청률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KBS2 드라마 '내딸 서영이' SBS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 등을 집필한 소현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영화같은 연출, 그리고 배우 이준기 김소연 류수영 박하선 조민기 김혜옥 등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정말 좋았어요. 현장도 좋았고 뭔가를 잘 끝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쉬운 건 당연하죠. 분출했다는 기분도 들고 즐거웠어요. 스태프랑 헤어지는게 아쉬워서 울거나 하진 않았어요. 늘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로 아쉬운 건 없어요. 그저 홀가분한 느낌도 들고 여운도 남고, 박재경이 너무 짠했기 때문에 빨리 벗어나고 싶은 기분도 들고...사실 만감이 교차해요. 끝나자마자 정신 없이 부산국제영화제 다녀오고 요즘 다시 회상에 잠기고 있는데, 박재경이 너무 짠해요."
김소연은 박재경을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박재경 역에 빠져있었다. 너무나 짠한 박재경이었기에 울렁댔다는 김소연에게서 박재경의 모습이 보였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경험한 게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었어요. 나중에는 촬영하느라 바빠서 못들어갔지만, 초반에 조금 여유가 있을 때는 피곤해도 스타일리스트랑 매니저랑 맥주 한 잔하고 들어갔어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집에 가도 울렁울렁댔어요. 싱숭생숭하더라구요. 재경이는 문일석과 조서희를 쫒기 위해 자신을 버렸잖아요. 자신을 위장하고 사는 태경이가 짠해서 울렁댔던 것 같아요. 이제는 재경이가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 '투윅스' 배우들과의 술자리? 제 주량은요...
앞서 '투윅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은 술자리를 가지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배우들은 김소연의 주량을 언급하며 "끝까지 남아 있다"고 폭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슬쩍 물어보자 김소연은 자신의 주량에 대해 솔직히는 모르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 시작 전에 술자리를 가졌는데 다들 소맥(소주+맥주)을 마셨어요. 저는 맥주만 먹었어요.(웃음) 사실 술자리에서 집에 먼저 가는 편은 아니예요. 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긴 하는데 주사도 없고 그래서 티가 안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소주도 마시고 그랬는데 요즘엔 맥주만 마셔요. 주량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기분 좋게 마셔요."
김소연은 '투윅스'의 배우들을 진짜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이고, 선한 사람들이고,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조민기 선배, 김혜옥 선배 덕분에 정말 잘 할수 있었어요. 준기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저보다 어린데도 프로예요. 사실 그전까지는 콘서트나 공항 등에서의 화려한 모습을 많이 봐서 인기 많은 연예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함께 찍으면서 진짜 프로고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어요. 수영이도 하선이도 그랬어요. 특히 하선이는 씩씩하고 용감한 서인혜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정말 배우들이 예뻐보였어요. 보고싶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야기만 들어도 '투윅스'의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을지 짐작이 됐다. 또한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그들의 인연은 계속될 것 같다. "어제도 하선이가 막걸리 번개를 하자고 하더라구요. 요즘 인터뷰를 하다보니 서인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면서 싱숭생숭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안돼서 다음에 만나기로 했어요. 수영 씨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하는데 아마 그때 만나서 회포를 풀지 않을까 싶어요. 또 민기 오빠가 와인 파티를 한다고 해서 기대중이에요."
꽤 드라마를 찍어왔다고 생각했던 김소연에게도 이번 드라마의 스케줄은 말도 안되는 스케줄이었다. 김소연은 스태프들에게도 고마움과 존경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부상자 없이 이탈자 없이 끝나서 다행이죠. 풍족하게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밤 새우고 아침으로 라면 먹고, 이동하면서 햄버거 먹고 솔직히 열정 하나로 '작품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는 거 잖아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승리한거고 그래서 마지막날 홀가분하고 기뻤던 것 같아요."
◆ '투윅스' 7-8회, 터닝포인트가 되다
김소연은 보이시한 검사 박재경을 위해 직접 숏컷을 제안했고, 운동화 등 스타일에도 신경썼다. 두 달동안 박재경에 푹 빠졌다. 살인누명을 쓴 장태산을 쫓으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물에도 빠졌다. 이전에도 드라마에서 액션신을 촬영했지만, 체력적 한계를 느낄만큼 버라이어티한 촬영이었다고.
"대본을 볼 때도 '이걸 어떻게 찍지'라고 생각했어요.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하는데 수영을 잘 못해요. 배우로는 죄송한데 그게 아무래도 안 늘더라구요. 뛰어내리는 장면은 대역께서 잘해줬어요. 물론 2m 높이에서 뛰어내린 장면은 직접 촬영했어요. 수중 촬영도 하고 물 속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했어요. 모두 7-8회인데 정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어요. 정신도 멍해지더라구요. 그래도 끝나고 나니까 그 7-8회가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소중한 액션신이고 버라이어티했어요. 더위 속에서 촬영하면서 스태프들과 유대감도 생겼고 어려운 신을 헤쳐나가면서 해냈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김소연은 7-8회를 기점으로 더욱 박재경 검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우로서 달라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박재경에 대해서 더 잘 표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그동안 쉴 때는 사람들도 많이 안 만나고 엄마랑 영화보러 다니고 만화책도 보고 조카랑 놀아주고 그랬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려면 평상시에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정말 짜릿했던 조민기 선배와의 대립신
김소연에게 드라마 속 미숙이는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같이한 존재다. 미숙이는 초반 박재경의 정보원으로 악역 문일석(조민기)에게 살해당하는 인물. 박재경은 과거 아버지를 칼로 찌른 문일석과 이를 알고도 묵인한 조서희(김혜옥)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를 갖고 있고 그들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다. 하지만 그들을 잡기 위해 미숙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깊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랬기에 마지막회에 등장한 미숙의 환영은 박재경에게 따뜻한 위로였고 중요한 장면이었다.
"박재경의 아버지는 제가 시나리오를 읽고 기억해야 하는 거라면 미숙이는 제가 직접 체감해야하는 거였어요. 미숙이의 시체도 봐야 했고 왜 낡은 속옷이었는지...재경이가 잘 우는 애가 아닌데, 그 낡은 속옷을 안고 울기도 했어요. 미숙이랑 만나는 신이 드라마에서 다섯 장면 정도 밖에 안돼요. 그런데 작가님이 잘 써주셨고 그래서 마지막 촬영 때도 감정이입이 확 됐어요. 두달 전에 봤던 친구인데, 리허설부터 감정이입이 됐어요. '미안해, 고마워'라고 하는데 확 올라오더라구요. 미안하고 미안하단 말이 사치일정도로 나타나준 게 고마웠어요. 치유라는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재경이를 위로해주는 신이었어요. '언니 괜찮다'고 말하는데 정말 기억에 남고 소중한 신이였어요."
짧았지만 정말 중요한 신이었다. 김소연은 이 장면에 대해 "처음 구성표가 나왔을 때 마지막 회에서 재경이는 사무실에 있는 거였어요. 하지만 작가님이 짧은 시간에도 또 연구를 하셔서 그 장면으로 바꿔준건데 정말 숨이 막혔어요"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미숙이 이야기를 하면서 김소연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졌다. 그만큼 김소연은 드라마 속 박재경에 완전 몰입했다. 이 중요한 장면 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신으로 김소연은 12회에서 문일석과 대치하는 신을 언급했다.
"제일 좋았던 신은 조민기 선배와 함께 했던 신이예요. 새벽 3시에 촬영했는데 오빠랑 함께 했던 것도 그렇고 정말 짜릿했어요. 재경이란 게 부끄럽지 않았어요. 처음에 대본에서 이 장면을 보고 '밀리지 말기'라고 적었어요. 문일석과 박재경이 좁은 공간에서 일대일로 만나는 장면인데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박재경 어깨에는 아버지도 있고, 장태산도 있고, 미숙이도 있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했어요. 솔직히 드라마 초반에는 소리 지르는 게 미흡해서 스스로도 아쉬웠어요. '왜 생각대로 안되지'라고 했는데, 그 장면에서는 악에 받쳐서 했어요. 그랬더니 한번에 오케이가 났어요. 선배가 리허설때도 힘을 다해서 해주니까 확 나오더라구요. 정말 고마운 상대죠."
-②편에서 계속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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