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26편. 토마토를 닮은 진격의 ETF

입력 2013-10-02 09:30
[조충현의 ‘펀드노트’] 26편. 토마토를 닮은 진격의 ETF

토마토는 과일과 채소의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그래서 한때 미국에서는 이 토마토가 ‘과일이냐 or 채소냐’를 두고 정부와 업자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미국 대법원이 토마토가 요리에 사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채소로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도 식물학에서는 토마토를 과일로 분류하고 있어서 이 논란은 아직 완전히 결론지어진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모든 시비와 논란은 그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서양속담이 있을 만큼 토마토가 인간에게 유익한 음식이기 때문에 생긴 관심이고 논란이라 여기고, 우리는 토마토를 맛있게 먹으면 될 일이다.

펀드에도 토마토처럼 두 가지 대표적인 투자 상품의 장점을 모은 펀드가 있다. ETF (Exchange Traded Funds ; 상장지수펀드)다. ETF는 유형별 펀드분류로는 인덱스 펀드에 해당하는 데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되어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다. 중간자의 개입여지를 최소화한 이 펀드는 대리인 비용이 낮아 저비용 구조가 특징이다.

게다가 지역과 대상을 불문하고 추종할 지수(index)만 있으면 설계가 용이해서 주가지수는 물론이고 포도주, 원유, 날씨 등 다양한 대상의 지수를 기초로 상품을 만들어 쉽게 증시에 상장할 수 있어서 가히 초공간적인 상품이라 할만하다.

국내에는 2002년 도입되어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인덱스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운용사 등 관련회사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투자자가 그 장점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순자산액 규모나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순자산총액 약 18조원, 일평균 거래대금 세계 4위)

자본선진국에서는 이미 21세기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는 ETF는 일반적인 인덱스펀드가 갖고 있지 않은 매력적인 요소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가격 변동 폭이 작고, 호흡이 길어서 단기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단순한 인덱스 펀드와 달리, ETF는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는 장점을 살려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투자비용이 인덱스펀드보다 저렴해서 수익률 향상에 유리하다. 시장을 읽는 눈이 밝은 투자자의 경우 레버리지ETF나 인버스ETF와 같은 시장 선도적 상품을 활용해 시장평균성과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ETF도 예외는 아니다. ETF가 내세우는 장점들도 경우에 따라 언제든지 투자자의 수익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예컨대, ETF의 최대의 장점인 거래 편이성의 경우 자칫 잦은 매매로 이어져 손실규모를 늘리고, 수급구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대상 상품이 지나치게 다양한 것은 일부 인기 있는 상품으로만 투자자금이 쏠리고 나머지는 자투리펀드가 되는 시장 왜곡현상을 불러오기 쉽다.

실제로 국내 ETF시장의 경우 80%이상이 지수와 관련된 대형 ETF에 집중(예: 국내 ETF 전체 순자산 규모 약 18조원인데, 이중에서 삼성KODEX상장지수[주식]의 순자산규모가 약 5조3000억 원)되고 있어서 국내 ETF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동안 선진자본국가들이 거쳐 온 성장과정에 비춰볼 때, 펀드시장이 선진화 되어 갈수록 장기 투자자가 늘고 이에 적합한 투자 상품이 각광 받기 마련이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덱스펀드에 대한 관심도 그런 맥락이다. 인덱스펀드에 대한 국내투자자의 관심 증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갈수록 증가해 갈 것이다. 특히 인덱스펀드의 가운데서도 ETF에 대한 관심은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줄이면서 초과수익과 펀드의 안정성을 노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