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소원' 마음 불편할까 망설이는 그대에게

입력 2013-09-25 07:55
수정 2013-09-25 10:22
영화 ‘소원’(이준익 감독, (주)필름모멘텀 제작)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높다. 하지만 그 관심은 모두 우려의 목소리였다. 도대체 왜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 될까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소원’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소원(이레)이와 가족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내용 아니냐고? 똑같은 내용 아니냐고? 아니다. 다르다. ‘소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가족들의 소원을 그렸다.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동일 소재의 영화들처럼 범죄자의 분노와 증오,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주위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이겨낸다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상기가 아닌 현실직시, 외면하고 싶은 내용을 가볍게 들추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더욱 사실을 필요로했다.

어느 정도 눈물을 예고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아, 조금 더 솔직해지자. ‘소원’을 보고나서 불편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것 같았다. 마음은 덩달아 헛헛할 거라 단정 지었다. 생각과 별 다른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무척이나 담담했다. 그래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준익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소원이 가족의 이야기가 보인다. 일어난 사건이 아닌 치유에 목적을 뒀더니 마음속에 뭉게구름이 핀다. 이런 걸 힐링이라고 했던가.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소원이다. 소원이 역을 맡은 이레는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만든다. 어디서 이런 아이가 나타났을까 싶을 정도로 관객들의 감성을 파고든다. 눈빛에서 감정이 묻어나고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는 것 같다. 코코몽 탈을 쓴 아버지(설경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경상도 사투리를 툭 내뱉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소원이의 보디가드인 영석(김도엽)이의 순수함은 눈물과 웃음을 겸비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조합이라니 참 훈훈하다.



설경구(동훈)와 엄지원(미희)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감시자들’ ‘스파이’에 이어 ‘소원’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는 설경구. 상처를 입은 딸의 마음을 치유해주고픈 아버지를 연기하니 더욱 그 진가가 짙어진다. 살을 찌우고 몸무게를 늘이면서까지 임부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한 엄지원. 가슴이 미어지지만 딸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미희를 보며 관객들은 대신 울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소원이를 응원해준 학교 친구들, 소원이 곁을 지키지 못했기에 미안해하는 영석이의 모습, 소원이를 위해 한푼 두푼 모아준 많은 이들. 주위에서 따뜻한 손길을 보내줄 때 그 마음은 몇 배, 몇 십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소원’은 그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아동성폭행의 잔인함, 그에 대한 고발은 없다. 세상의 많은 소원이들이 아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내달 2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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