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육아 히어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신파'와 '코믹'의 적절한 밸런스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영화 '히어로'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히어로'는 아들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아들 바보' 허당 아빠가 어린이 드라마 속 히어로 '썬더맨'으로 변신하는 눈물겨운 과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명품 조연에서 단독 주연으로 올라선 배우 오정세가 주연을 맡고 박철민 정윤석 정하은 정은표 황인영 신지수 등 연기력과 코믹함을 갖춘 배우진이 대거 출연한다.
진행을 맡은 박경림은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허당 아빠'라는 영화의 주인공 콘셉트에 착안해 '썬더맨'을 "최초의 육아 히어로'라고 부르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날 배우들은 '한국형 슈퍼히어로'라는 '썬더맨'의 콘셉트에 맞춰 썬더맨을 비롯한 극중 드라마 속과 똑같은 슈트를 입은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예고편과 제작기 영상에서는 무능한 아빠 주연(오정세)이 아들 규완(정윤석)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모습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동기로 디테일에서는 '봉테일' 못지 않은 '썬더맨' 감독(정은표)의 코믹한 모습, 주연배우 뺨치는 연기력의 정윤석과 정하은의 귀여운 모습 등이 보여졌다.
제주영상위원회의 투자로 제주도에서 90% 이상 촬영된 이 작품은 메가폰을 쥔 김봉한 감독 또한 제주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제주 특유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낼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배우들은 "워낙 힘들게 찍어서 제주도의 풍광이나 음식 같은 건 느껴 볼 틈도 없었다"고 투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배우 박철민은 "다시는 이런 작품은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진지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극중 '썬더맨'의 여자친구인 '페르세' 역을 맡은 배우 신지수는 "슈트가 너무 타이트하고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벗을 수도 없어 18시간 동안 화장실도 안 가고 생리현상을 참으며 촬영했다"고 밝혀 고생을 짐작케 했다.
주연인 오정세 또한 "찍을 때 비주얼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가랑이 부분이 무릎까지 내려와서 정말 다리가 짧아 보인다. 내 다리가 원래 긴 편도 아닌데…"라고 말해 폭소를 이끌어냈다.
오정세뿐 아니라 박철민 정은표 정진 배호근 문원주 모두 영화계에서 출중한 연기력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배우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코믹한 연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은 모두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과 달리 폼만 잡는 게 아니다. 우리 히어로들을 보기만 해도 빵빵 터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배우들의 자신감처럼 '썬더맨'은 휴먼 코미디를 표방한다. 예고편에 드러난 몇 가지 장면만 봐도 실컷 웃을 수 있는 장면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가족 관람용 영화로 손색없어 보인다. 승부수는 그 코믹함과 신파,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의 적절한 조화에 있을 것이다.
예고편에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썬더맨'으로 변신하는 주연(오정세)이 애지중지하는 아들 규완(정윤석)은 어린이 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또 전처 세영(황인영)은 이혼 뒤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아들을 데려가려고 한다. 무능한 '허당 아빠' 주연이지만 주변에는 그를 짝사랑하는 여인 민희(신지수)도 있어 나름대로 삼각관계도 있다. 이같은 구도는 흥미롭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썬더맨'이 이처럼 익숙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어떻게 더욱 새롭고 코믹하게 스토리로 풀어가느냐에 이 영화의 성패가 달려 있다.
순수 국산 CG로만 만들어졌다는 '썬더맨'의 CG는 예고편을 봤을 때 손색없는 수준이다.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에도 '썩 훌륭하다'고 느낄 만한 비주얼이다. "캐릭터 상품도 나오느냐"는 질문에 김봉한 감독은 "영화가 잘 돼야 뭘 만들죠"라고 너스레를 떨어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취재진을 웃게 했다. '히어로'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인 10월 8일 개봉 예정이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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