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한국 외환시장, 창조경제의 '보고' 놓치나

입력 2013-09-05 22:00
우리나라 외환시장 거래규모가 세계순위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기준 우리나라 외환시장 거래규모는 일평균 475억달러로 3년전보다 2계단 순위가 하락한 15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3년간 룩셈부르크와 러시아의 외환시장 거래규모가 우리나라를 따라잡았고, 금융자유화를 추진한 영국과 기축통화국인 미국, 싱가포르와 일본, 홍콩 등이 독보적인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상위 5개국의 거래비중은 지난 2001년 68.3%에서 올해 75.2%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입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가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외환시장 거래규모 성장이 더딘 것은 무역 외환거래보다 무역외외환거래(자본거래)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엔캐리트레이드, 와타나베 부인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외환시장이 개인 외환거래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개인 외환 자본거래를 일종의 환투기로 인식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최근 미국 테이퍼링으로 동남아 신흥국들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차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데 반해 외환시장의 성장이 세계수준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입니다.

아직은 외환시장을 충분히 개방할 만큼 우리 외환시장이 정책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사이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가 선물환 포지션 규제와 같은 정책을 도입하는 이유 역시 아직은 외환시장에서 해외 거대 투자자들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외환거래 시장의 부가가치는 막대합니다.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1인당 GDP 5만달러를 달성하고, 세계경제포럼(WEF)로부터 국가경쟁력 2위로 평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본시장 개방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업 발전의 역할이 컸습니다.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가 국가경제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환거래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환시장 개방이 활성화 되고 거래규모가 늘면 개인 투자자는 투자처가 다양해져 수익원을 다변화 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대규모 부가수익 창출과 함께 침체된 금융업을 살려 양질의 일자리 확충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국가인 대만이나 홍콩의 경우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와 중공업체 등을 기반으로 한 펀더멘털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자본거래가 활성화되면 이들 국가에 비해 훨씬 더 경쟁력있는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본거래를 활성화하기에 앞서 관리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외환시장에 대한 현재의 정책이 건전성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건전성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자본거래 활성화 측면에서의 방안들이 추가로 강구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관 확충도 필수적입니다. 유수의 금융전공자들이 국내보다는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대학을 선호하는 것은 국내에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만한 충분한 교육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해외대학에서 금융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보통 한국으로 오지 않고 미국에 가면 월스트리트, 영국에 가면 런던 뱅크스테이션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국에서 교육기반을 강화해 우수한 금융인재를 양성하고 국내 기관에 종사하게 한다면 국제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