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에서 중요한 것,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입니다."
문제적 감독 김병욱이 돌아왔다.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동시에 또 어떤 결말로 '멘붕(멘탈 붕괴)'을 선사할지 궁금해지는 '하이킥' 시리즈의 김병욱. 이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감자별2013QR3'이라는 이름을 들고 돌아왔다.
2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의 공동 인터뷰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욱 감독과 장진아 작가, 이광재 영화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앞서 김병욱 감독은 시트콤의 제목에 대해 우리가 보통 별이 둥그런 원 모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별 모양은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고 찌그러진 모양에 행로 또한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이같은 제목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든지 갑자기 변할 수 있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얘기하는 것이 바로 '감자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편히 웃을 수 있지만, 리얼하고 처절한 코미디"
이날 김병욱 감독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병욱은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SBS 시절에 했던 웃기고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충만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긴 하다. 큰 각오가 있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하이킥'은 멜로가 강조된 시트콤, 주인공 네 명이 끝까지 멜로를 이끌어가는 게 동력이 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즌 3까지 하니까 한계가 왔고 그렇게 시작한 게 이번 시트콤이라고. 김병욱은 "이번 시트콤은 끝까지 시놉시스를 만들고 중간중간 촘촘하게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시트콤은 우리 일상에 '위기'가 닥치는 이야기로 '드라마'가 훨씬 강조됐다"고 말했다. 김병욱은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문제다. 행성이 주는 의미가 있다. 주인공한테는 '어떤 의미'다. 나중에 끝날 때 행성이 어떤 사람과 관련이 있고, 어떤 사람이 나타나고 사라질 때 결국엔 어떤 거였나를 추적하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일반 드라마는 보통 남자 여자 주인공이 중요하다. 우리는 15명의 배역이 있다.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어떤 캐릭터가 흥할지 알 수 없다. 이것도 저것도 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 흥할때가 있고 한두 캐릭터가 잘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모든 캐릭터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병욱은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들였다고 했지만 특히 하연수 서예지 여진구 고경표 캐릭터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그는 하연수와 서예지는 학원 연기가 아니라 어떤 '날 것' 같은 느낌, 즉 본인이 가진 색깔이 좋다고 말했다. 여진구에 대해선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며 "이번 시트콤에서는 반어법을 쓰는 캐릭터"라고 살짝 귀띔했다.
이어 "고경표는 다른 사람을 취소하고 캐스팅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병욱 감독은 영화 '무서운 이야기 2'를 재밌게 봤고, 연기 진폭이 많이 필요한 역할에 코미디와 정극을 다해 본 고경표가 딱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고경표는 잘난 체를 하다가도 어린애가 되기도 하며 변화가 많아 연기 진폭이 커야 하는 인물.
미국 드라마 '오피스'와 '빅뱅이론'을 즐겨본다는 김병욱 감독은 시트콤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기간 시트콤을 연출해왔던 김병욱은 "사실 1800개를 하다보면 이야기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겹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드라마들의 구성이 발전했고 웰메이드 드라마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시트콤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동시대성'이라는 것. 김병욱 감독은 전작에서 배우의 이름을 극중에 그대로 사용하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극중 역할과 배우들에 대해서 혼동이 오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번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병욱은 "시트콤은 모든 연령층이 즐겨보는 게 좋은 것. 하지만 만들다 보면 특별히 소구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열렬하게 봐주는 젊은 층에게 소구되고 싶다. 케이블에 와서 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병욱은 자신의 시트콤에 대해 "상상력보다는 리얼을 추구했다. 시트콤을 보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처절해서 '저걸 코미디라고 해야하나'라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것에서 나오는 코미디가 절절해서 좋은 게 있다.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하지만 세계관이, 삶이 허무하다"라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다른 드라마가 많으니까 이런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대척점에서 코미디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저희가 가진 균형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 김병욱과 다시 한 번, 혹은 새롭게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
이번 작품에는 2010년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이광재 감독이 작가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광재는 "영화를 하다가 이번 작업을 하게 됐다.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 우연하게 참여했다. 저희가 봐도 재밌다. 재밌는 작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병욱 감독에 대해 "워낙 작품 열정이 뛰어나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작품을 깊게 파고 들어간다. 이번에 많이 배우고 있다. 굉장히 자상하다. 공통창작의 작업 형태가 처음인데 감독이 그 부분에 대해서 리드를 잘해준다.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라도 덧붙였다.
하이킥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장진아 작가는 "감독님은 작가 선배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대본에도 참여한다. 배울 게 많은 작가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워커홀릭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풀어 놓으면 사생활은 치우고 한다. 배울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광재는 "늘 현재 벌어지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구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여러분들 모두가 아실 만한 사회적 이슈나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방법. 이시대의 문화적인 것들. 젊은이들의 취향을 몸소 체험하면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댓글들도 읽고 있다. 아마 어우러지면 같이 느끼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재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장점으로 설명하며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특히 기존과는 다른 재밌는 캐릭터가 많다면서 캐릭터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병욱 감독의 '감자별2013QR3'은 '하이킥' 시리즈의 제작진들이 다시 한 번 뭉쳤으며, 배우 이순재 노주현 금보라 줄리엔강 여진구 하연수 고경표 서예지 김정민 최송현 오영실 김광규 장기하 김단율 정준이 출연한다. 2013년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멘붕 스토리를 담은 시트콤이다. 다음달 23일 저녁 9시 15분 첫방송.(사진=tvN)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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