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부가 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확 풀어 투자 문턱을 낮춰주기로 했는데요. 정작 투자에 나사여 할 기업들은 아직 곳간 문을 열 시기가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신흥국 리스크에 늘어난 세 부담, 각종 경제민주화 입법까지 경영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박병연기자입니다.
<기자>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상황을 감안해 투자시기를 계속 저울질하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6월말 현재 국내 4대 그룹의 투자진행률은 35%. 이대로 가다간 지난 4월 정부에 보고한 30대 그룹 투자계획 이행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큽니다.
이에 정부는 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9월 국회에서 기업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큰 데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입법도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
“이번에 발표된 기업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재계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다만 대기업에게 세 부담을 강화시킨다거나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 투자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수년 동안 공들여 온 해외 프로젝트조차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투자는커녕 운영자금 마련도 녹녹치 않은 상황입니다.
30대 그룹 중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는 현대그룹(64.5%)과 효성그룹(57.4%), 동국제강(51.8%), 한진그룹(51.2%) 등 17개 그룹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이자 부담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자금사정이 양호한 삼성 등 몇몇 대기업들도 이미 예정돼 있던 설비투자만 일부 진행하고 있을 뿐, R&D 투자는 여전히 매출액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생산시설 자동화로 인해 설비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소비가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반면 R&D 투자는 대부분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비투자에 비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큽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규제완화 방안에는 설비투자와 관련된 내용들만 들어있고 R&D 투자나 노동, 금융 등 핵심적인 사항들은 빠져있어,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한 쪽에서는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주겠다고 하면서도 또 다른 쪽에서는 더 큰 대못을 박는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