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TV] '굿닥터' 늑대소녀, 으르렁도 완벽한 넌 누구냐

입력 2013-08-21 07:30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2 드라마 ‘굿 닥터’(박재범 극본, 기민수 연출)의 늑대소녀. 19일 방송된 5회분에서 등장한 정체불명의 늑대소녀 때문에 놀라셨죠?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며 무리수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20일 방송된 6회에서 늑대소녀의 정체가 공개되며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늑대소녀의 이름은 은옥. 부모님 없이 고모에게서 자란 은옥은 그야말로 동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개와 함께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밥을 먹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성원대학병원 소아외과 레지던트 1년차 박시온(주원)이 없었다면 늑대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두 손 두 발 꽁꽁 묶인 채 ‘으르렁’ 대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참 운이 좋은 소녀네요.

박시온은 그 누구보다 늑대소녀를 잘 압니다. 바로 토끼와 교감을 할 줄 아는 마음씨 때문이죠. 늑대소녀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다가가니 은옥 역시 박시온을 해치려하지 않습니다. 박시온의 진가가 그 어느 때 보다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바닥에 구르고 강아지 흉내를 내는 박시온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군요. 박시온은 단언컨대 회전문 같은 존재입니다.

이날 늑대소녀는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본연의 민낯을 보여줬습니다. 지저분할 때와는 꽤 다른 모습입니다. 뚝 떨어질 것만 같은 큰 눈. 하지만 눈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매력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늑대소녀는 어디에 숨어있던 보석일까요? 도대체 뭘 하던 소녀였기에 으르렁 소리도 이렇게 잘 낸다는 말입니까. 은옥이가 보통이 아닙니다.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은옥이를 OCN 드라마 ‘신의퀴즈’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1회 ‘드라큘라의 비극’에서 진실을 밝혀준 아이가 바로 은옥이입니다. 본명은 유해정. ‘굿 닥터’의 극본을 쓴 박재범 작가는 ‘신의퀴즈’ 집필자와 동일인물이죠. ‘굿 닥터’에서는 아직 은옥이의 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의퀴즈’에서는 이은옥이었습니다. 은옥이는 ‘신의퀴즈’에서 삼촌에게, ‘굿 닥터’에서는 고모에게 학대를 받았네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유해정은 이미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습니다. SBS 추석특집 ‘맛있는 이야기’ 첫 번째 ‘셰프의 해장국’(07)에서 김규리의 아역으로 데뷔한 후 ‘심리극장 천인야화’(08) 드라마 ‘온에어’(08) MBC 드라마넷 추석특집 드라마 ‘미해결범죄수사대’(08) MBC 드라마 ‘그 분이 오신다’(09)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10) 영화 ‘다슬이’(11)에 출연했습니다.

혹시 ‘다슬이’ 포스터 속에서 해맑게 웃던 아이 기억나시나요? 사실 유해정은 ‘굿 닥터’의 주원 보다 서번트 증후군 연기 선배입니다. ‘다슬이’를 통해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며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진 9세 소녀를 연기한 경력이 있거든요. 당시 유해정은 호평을 받음은 물론, 지난해 이 작품으로 제7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Busan International Kid's Film Festival) 폐막식 사회를 맡기도 했습니다. 참 대단한 배우입니다.

앞으로 유해정이 보여줄 연기는 더욱 무궁무진합니다. 박시온과 늑대소녀의 만남이 그리 짧게 끝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죠. 드라마 제목인 ‘굿 닥터’. 우리는 잠정적으로 굿 닥터를 박시온으로 점찍어놓았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죠. 늑대소녀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일지도 말입니다. 박시온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성장해 나갈 늑대소녀, 방송 말미 박시온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바뀐 듯 했습니다. 미안해하는 것 같더군요. 그나저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고모라는 사람, 참 나쁩니다.(사진=KBS2 드라마 ‘굿 닥터’ 화면 캡처)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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