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상위 100개 해운사 가운데 22곳의 재무상태가 고위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돌입하면서 예견돼 온 상황인데 그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정책금융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정봉구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매출액 상위 해운사 100곳 가운데 22곳의 재무상태가 '고위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100대 해운사에 대해 부채비율 등 8개 지표를 기준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한 결과 4개 이상에서 '고위험'으로 분류된 해운사가 22곳에 달했습니다.
재무구조가 ‘고위험’ 상태라는 것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곧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고위험으로 분류된 해운사의 대출 규모가 2조6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절반(1조1천800억원)이 은행 대출이어서 해운사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시중은행 건전성에도 타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핵심 기간산업으로 꼽히는 해운업은 전세계 5위에 올라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불황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3, 4위 해운사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1, 2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적자가 지속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버틸 만큼 버티고 있지만 대부분 선사들이 올해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현했습니다.
이같은 위기감은 해운업이 리스크 업종으로 분류된 마당에 정책금융 지원책이 없다보니 해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운사들의 보증과 대출 업무를 담당할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지만 세계무역기구, WTO의 보조금 규정에 발목 잡혀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해운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뒤로 미뤄놓고 급한대로 해운보증기금 설립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운보증기금이 연내 출범하더라도 불황 속에 제대로 선박 투자를 하지 못한 해운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정봉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