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없는 이유…?

입력 2013-08-19 14:35
[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20편.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없는 이유…?

서울의 S여대의 수업시간이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묻는다.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뭘까?”

“Garage (차고)가 없어서요.”

교수님은 재미있으면서도 약간 황당하다는 듯 미소를 띠우며 웃고 다른 학생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과 재미있다는 반응이 반반 섞여 있는 듯 보인다. 동문서답 같은 나의 대답은 반은 장난이었지만 다른 한편은 진심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부모님의 낡은 차고에서 ‘애플’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였고, 1976년 4월 1일, 스티브 워즈니악(당시 25세)과 스티브 잡스(당시 21세), 론 웨인은 컴퓨터 조립 키트인 '애플 I'을 만들었다. (위키피디아) 잡스에게 있어 차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볼 수 있는 무엇인가에 얽메여 있지 않은 ‘열린 공간’이자 ‘새로운 시도와 실험’의 장소였을 것이다.





그리고 삼성은 이런 애플의 창의적인 공간을 벤치 마킹해 ’크리에이티브 랩(C-lab)’을 서초 사옥에 설치하기로 했다. 160㎡(약 50평) 크기에 드릴, 톱 등 공구가 쌓여 있고 컨테이너박스와 시멘트 벽, 파이프기둥이 그대로 노출돼 마치 젊은 발명가의 연구실의 모습이라고 한다. 애플뿐 아니라 HP, 구글 등 세계적 IT기업들이 차고에서 창업했다고 (매일경제) 하니 삼성의 이런 시도는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 아닐까 싶다.

‘차고’라는 열린 공간을 이용해 창의적인 작업을 한 사람들이 IT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96년 한국에 ‘HANSON’ 이라는 밴드가 소개되었다. 형제 3명으로 이루어진 이 밴드의 대표곡이자 히트곡인 ‘MMMBOP’ (http://www.youtube.com/watch?v=NHozn0YXAeE)은 본토 발음으로 정확히 ‘음밥’이다.

이 발음이 재미 있어서 인지 라디오의 디제이들은 “다음 곡은 ‘한손’의 ‘음밥’ 입니다.”라고 밴드의 이름을 핸슨에서 한손으로 바꿔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밴드가 주목 받았던 이유는 바로 이들의 어린 나이였다. 이 어린 형제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직접 연주와 노래까지 하니 세상 사람들은 이들의 놀라운 실력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이런 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빈 공간’으로서의 ‘차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는 자신들의 집 차고에서 매일 연습하고 곡을 쓰고 또 다시 연습을 하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펼쳐 나갔고, 이는 가정의 창고를 넘어 음반사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까지 그들의 작업의 결과물이 소개되었다.

‘실험’과 ‘시도’의 열린 공간

우리가 ‘스티브 잡스’나 ‘핸슨 형제’ 같은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인재들을 꿈꾼다 해서 아이들에게 없는 ‘차고’를 만들어 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땅과 건축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것을 활용해야 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은 같지 않다.



다만, 우리는 현재 자라고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공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미국인들에게 차고가 있다는 것의 의미는 ‘의도’와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은 ‘빈 공간’의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빈 공간’은 사용하는 사람(어린이, 청소년)이 임의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결국 비어 있다는 것은 그냥 빈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내재된 공간’의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도 차고는 아니지만 ‘비어 있는’ ‘목적이 불분명한’ 공간들이 허용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