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리지비율에 담긴 은행별 전략은?

입력 2013-08-08 16:17
수정 2013-08-08 16:59
<앵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의 비율을 NPL커버리지비율이라고 합니다. 지난 상반기 결산 숫자를 살펴보니까 은행별로 서로 다른 비율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은행들의 숨겨둔 전략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커버리지비율로 살펴본 은행별 상황을 최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6월말 현재 우리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89.4%.

지난 2010년 72%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100%를 밑돌았습니다. 기업 여신이 많은 특성 때문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58%로 치솟은 결과입니다. 특히 STX 계열사 같은 대기업 여신이 부실화된 점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충당금도 5천억원 이상 쌓았지만 커버리지비율을 더 끌어올릴 계획은 없습니다.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습니다. 부실채권비율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면 커버리지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위험흡수능력은 떨어졌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해 낙관하거나 현재를 바닥이라고 본다는 뜻입니다.

반면 주요 대형은행 가운데 커버리지비율이 166%로 가장 높은 기업은행은 현 수준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만큼 충격 흡수능력을 유지하고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만큼 스탠스 변화가 필요없는 상황입니다.

NPL커버리지비율이 중간수준인 국민과 신한은행은 고심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두 은행 모두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커버리지비율이 작년보다 40%이상 떨어졌는데 손익을 맞추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선별적으로 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규 분류를 통해 더욱 세심하게 건전성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됩니다.

상반기에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하나,외환은행은 위험관리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NPL커버리지비율이 각각 162%와 151%로 점유율 확대와 위험관리에 비슷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감독당국은 연체율이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보다 깐깐한 위험관리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다만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큰만큼 자율성은 부과할 방침입니다. 실제로 STX 계열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은행별로 고정이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실채권에 얼마나 많은 충당금을 적립할 것인지는 은행 경영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은행별로 이 비율이 다르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과 전략에서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