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의사, 뭇 사람들의 선망의 직업을 모두 가진 이가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선규(49)가 그 주인공. ‘레이디 유로’의 원장으로 저서 ‘속 좁은 여자가 아름답다’를 출간, 각종 매체에서 건강한 성문화를 전파하면서 이름을 알린 그가 최근에는 트로트 곡 ‘죽자 살자’를 발표해 의사와 가수 간의 이중생활을 자처했다. 호기심 생기는 그 속사정은 어떨까.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의사와 연예인.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볼만한 선망의 직업을 하나도 모자라 두 개나 가진 기분은 어떤가요? 실제로 엄친아 코스를 밟아왔을 것 같은데요.
사실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라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에 속했고, 학력 고사 점수가 평소보다 꽤 잘 나와서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그래도 시작하면 뭐든 열심히 하는 편이라 1988년에 졸업을 하고 1996년 전문의 자격을 수석으로 따내기도 했구요.
하지만 항상 마음 속으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디를 멀리 가거나, 공부하다 힘들거나 할 때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직접 부르는 걸로 위안을 삼았던 것 같아요. 병원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니까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막연하게 생각만 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보자고 마음 먹었죠.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이신데. 바쁜 시간, 가수활동 준비까지 하시느라 엄청 힘들었을 것 같아요, 환자분들의 반응은 어떤지.
가수를 해봐야겠다는 건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던 터라.. 그리고 병원 경영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서 지난 16년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비뇨기과 분야에 욕심도 있어 “속 좁은 여자가 아름답다”라는 저서도 출간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했고요. 그 외 중앙대 외래교수 역임, 에세이 출간 등으로 행동 반경을 넓혀왔죠. 다행히 환자분들은 좋아하십니다. 환자와의 교감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인간적으로 느끼시나봐요.
-연예계 진출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네요. 마음먹는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텐데요.
탄탄대로였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의사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안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신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실제 적응훈련을 해볼까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의도적으로 영화 ‘홍반장’ ‘목포는 항구다’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제 열정을 높이 평가해 주신 유명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 정규 1집을 내긴 했는데,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 이렇게 용기를 내서 새 앨범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신곡 소개 좀 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죽자 살자’는 요즘 남녀들의 사랑을 흥겨운 멜로디에 담았습니다. 8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라 애착도 많이 가고, 녹음을 앞두고 수개월 동안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죠. 욕심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의사와 가수 사이에서 행복 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기에 병원 원장님들이 전문적인 계층이다 보니 고지식하고 매우 이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서 환자분들과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냄새 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하실 말씀 있나요?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죠.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고생 끝에 얻어낸 자리이기 때문에 모두 놓치고 싶지 않고, 꿈을 향한 저의 열정과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더욱 마음을 여는 환자분들을 보면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가수활동과 환자를 돌보는 일 모두 어느 때보다 더 최선을 다해 “죽자 살자” 해볼 생각입니다.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