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16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런던지사 파생상품담당 이사로 근무했던 ‘그레그 스미스 (Greg Smith)’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뉴욕타임스(NYT.2012.3.14자)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회의 때 단 1분도 고객을 위한 안건은 논의되지 않는다. 회사는 순전히 고객을 이용해서 어떻게 최대한 돈벌이를 하느냐에 만 집중되어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고객을 아예 '봉(muppet)'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고객을 머저리라고 부르고 고객의 눈알을 빼먹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런 직장에서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다“
회사에 불만을 느끼고 떠나는 직원의 악의에 찬 푸념쯤으로 넘기기엔 그간 금융기관들이 고객에게 보인 이기적 행동들이 너무 많았다. 금융회사가 고객을 ‘봉’ 삼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내부자에 의해서 다시 한 번 확인 것뿐이다.
이는 비단 월가의 투자은행만의 문제도 아니고. 주주의 이익과 단기 경영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자리보전조차 힘든 경영진이 근무하는 국내외 어느 금융기관도 이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자비한 판매 강요는 판매자들 간의 치열한 판매경쟁으로 이어진다.
어려운 금융 용어와 감언이설을 무기삼아 투자자를 겁주고 유혹하는 이기적 시장 참가자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자 스스로 금융지식으로 무장해야한다. 판매자의 실적 채우기와 투자자의 무지가 결합해서 양산되는 불완전판매의 모든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발간하는 보고서나,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전달하는 수많은 투자정보의 결론은 대체로 비슷하다. 사라(buy)는 것이다. 떨어지면 저점매수를 해야 하고, 올라가면 추세를 벗어나지 말라고 재촉한다. 팔거나(sell), 보유(hold)하라는 말은 별로 없다. 매도 마인드 없이 금융회사 직원들과 상담을 했다가는 늘 현금은 없고 매수한 금융상품으로 가득 찬 계좌잔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펀드를 거래할 금융회사를 고를 때나, 펀드상품을 선택할 때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일회성 혜택에 끌려 거래해서는 안 된다. 작은 일회성 혜택에 눈이 가려 오랜 기간 실적이 검증되고, 고급정보와 안정된 시스템을 갖춘 운용사나 판매사를 외면해서는 원하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3자의 투자추천을 받아서 투자할 때도 추천받은 회사와 상품이 가급적 추천자와 이해관계가 적은 것을 선택해야 유리하다.
고객이 돈을 싸들고 와서 투자하겠다는 데 거부할 금융회사는 없다. 자신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장단점과 수익구조는 반드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투자를 제안 받아 살피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손해가 많이 나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주고, 기간 수익이 저조하면 수수료율을 올려주는 친절한 정부마저 투자자에게는 없다. 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