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감독당국의 은행 수수료 인상 유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연내에 수수료 모범규준을 마련하기 위해 원가분석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수수료가 신설되거나 인상되더라도 은행 수익성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손쉬운 돈벌이만 늘어날수록 오히려 은행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소비자들의 부담만 늘어난다는 비판도 늘고 있습니다. 최진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은행마다 천차만별인 각종 수수료를 정비하기 위해 연내에 모범규준이 만들어집니다.
금융감독원은 각 은행별로 수수료 원가분석을 통해 적정하고 투명하게 수수료가 책정될 수 있도록 전 은행 공통이나 개별 은행별로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지도할 방침입니다.
모범규준에는 수수료 원가산정 방식과 산정절차 등이 상세하게 정해지고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의 효과를 외부에서 면밀하게 검증하도록 했습니다. 은행들은 이번달부터 수수료 원가분석에 들어갈 예정이고 이에 따라 은행 창구가 아니라 이용고객이 많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뱅킹이나 자동화기기(ATM) 같은 비대면채널의 수수료가 신설되거나 인상될 공산이 커졌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이같은 수수료 인상이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서민들이 많이 사용하고 송금과 이체 같은 대고객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말 현재 6.84%에 불과합니다. 원가분석이 끝나고 수수료를 두배로 올려도 전체 은행들의 수익은 고작 5천억원가량 늘어나는데 그치게 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변동금리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인상해도 수익성 개선에는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현재 은행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검토되는 PB(프라이빗 뱅킹)이나 기업 컨설팅 수수료의 경우 이를 공짜로 여기는 고객들의 인식을 바꾸기 쉽지 않아 현실성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증권사들도 이번 방안이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감독당국의 태도 변화로 은행주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라고만 평가했습니다.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뜻입니다.
결국 검토중인 수수료를 올려봐야 개선효과는 '쥐꼬리'정도에 그치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외환이나 유가증권업무 분야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더우기 비용절감이나 위험관리는 뒷전으로 밀어둔채 손쉬운 돈벌이에만 의존할 경우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감독이라는 명분아래 금융회사 수익성 확보에 발벗고 나서는데 따른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18일 논평을 내고 금감원은 '감독'에 주력하고 금융위원회가 '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시민단체들도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이미 유지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추가로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금융자본의 수익을 위한 금감원의 직권남용이라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소비자의 부담은 늘고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수수료 인상 방안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려만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