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입력 2013-07-15 07:51
올들어 지금까지 국내 외환시장은 급변하는 대외요인에 전적으로 흔들림에 따라 변동성이 유난히 심한 시기로 요약된다. 올 1월 중순까지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대부분 예측기관과 금융사들은 1000원이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110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이제는 그 수준이 정착되는 분위기다.

많은 변수가 예상되지만 요인분석(factor analysis)으로 본 향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네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달러화 위상이 계속해서 찾아갈 것인가 여부와 이보다 못하지만 엔화, 위안화 가치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 회복여부와 국내 유입될 외국자금의 향방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최대 변수는 달러 강세 재현 여부다. 올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달러 가치가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추진 언급으로 미국 시장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이후 달러 가치는 미국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경제 여건을 감안해 출구전략 추진의 성숙도¹를 평가해 보면 당장 추진될 가능성보다는 단계별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추진될 단계별 출구전략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다면 첫 단계로 금융위기 극복대책과 관계없이 출구전략을 빨리 가져가게 할 수 있는 착시현상부터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이 단계를 진행시키고 있다.





착시현상이 제거되면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사전에 예고하는 ‘립 서비스(lip service)’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 계속해서 자산부문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기보다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 때가서 유동성 환수,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리를 올리는 정책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금리체계가 잘 잡혀 있는 국가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약화될 조짐을 보였던 ‘브레튼 우즈체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변수다. 브레튼 우즈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²를 말한다. 이 제도 하에서는 달러화만이 금과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하고 각국의 통화는 기축통화와의 기준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환율을 안정시켰다.

1970년대 들어 세계교역 증대로 더 이상 달러의 금 태환성을 보장하지 못하자³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묵시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유지해 왔다⁴. 시각차가 있으나 국제 금융사에서 제2의 브레튼 우즈체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 후 제2 브레튼 우즈체제에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약세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위험수준에 달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여러 방안을 동원했으나 결국은 선진국간의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제2의 브레튼 우즈체제에 또 한 차례 균열을 보이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와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당시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간의 구도가 재현됐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됐다. 특히 2008년 발생했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쌓인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할 경우 더 이상 기축통화 역할을 하지 못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에 열렸던 G20 서울회담 직전에 글로벌 환율전쟁 해결과 금융위기 재발방지 차원에서 제기된 ‘듀얼 Ⅲ’ 구상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듀얼 Ⅲ’ 구상이란 금융위기 이후 재연된 글로벌 환율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가 새롭게 제시했던 ‘브레튼우즈 Ⅲ’ 구상이 하나다. ‘브레튼우즈 Ⅲ’ 구상은 2차 대전 이후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까지 지속돼온 ‘브레튼우즈 Ⅰ’ 체제, 과도기인 스미드 소니언 체제를 거쳐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지금까지 지속돼온 ‘브레튼우즈 Ⅱ’ 체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기본 배경은 세계무역질서가 중국 등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진데 반해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체제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이들 두 질서 간의 불일치(mis-match) 현상으로 환율전쟁과 같은 각종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중심통화 역할을 해오던 달러화가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브레튼우즈 Ⅲ’ 구상은 달러화와 함께 엔화, 유로화,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인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추진하고, 이들 통화 가치를 금과 연계시켜 유지하겠다는 것이 2010년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졸릭과 난해 미국 선거과정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가 주장했던 금본위제 구상이다.



하지만 국제 금값 추락을 계기로 ‘듀얼 Ⅲ’ 구상은 급속히 퇴조되고 중심통화로서 달러 위상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달러 위상은 꾸준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브레튼우즈Ⅰ기’, ‘브레튼우즈 Ⅱ기’ 때보다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예측한 향후 미국경제 성장경로를 보면 금융위기 이전의 추세선에서 하향 이동된 수준에서 정상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완만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한다5.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회복과 외국인 자금이탈 여부 등의 변수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를 감안하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적정수준 이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로 환율구조모형 등으로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달러당 1070∼1090원 정도로 추정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