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증권사 '싹 바꿔야 산다'

입력 2013-07-12 16:21
<앵커>

지금 증권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에 빠져있습니다.

이미 실적은 반토막이 났고, 적자를 내는 증권사도 비일비재하지만,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해법이 있는지 김민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때 잘나갔던 증권사들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은 것은 주식 중개수수료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수익구조 때문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로 버는 돈은 전체 수익 가운데 절반에 가깝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2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 전체의 수익이 좌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일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실장

"한국 증권업계 가장 큰 문제는 위탁매매위주의 수익구조다. 다양한 비즈니스 발굴이 필요하다. 제도적인 개선에 앞서 증권사 스스로의 경영 혁신을 일으키든지, 새 비즈니스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2008년을 전후로 수많은 증권사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출혈경쟁을 벌인 것도 독이 됐습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내렸고, 이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경쟁력은 없고 숫자만 많은 증권사들, 이미 고사위기에 빠진 증권사들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시장 전체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로 국내 증권시장의 구조 개편은 필수적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여러가지 특화된 전략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증권업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증권사들은 대형화를 외쳤습니다.

결국 자본시장법이 개정됐고 증권사들은 자본을 키웠지만, 아직도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본의 크기를 떠나, 수수료 외에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근본적인 능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적으로 낮은 상황인데, 이 말은 새로운 고객, 시장, 상품 등을 창출되는 사업기회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자기자본의 확대가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자본력 확대보다는 먼저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급해진 증권사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지점 수를 대폭 축소하거나 통합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주식거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대형사나 중소형사 할 것 없이 고액 자산가들을 노린 자산관리 영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실장

"업무영역 확대 중에서 증권사 향후에 주력해야할 부문이 자산관리를 많이들 얘기했고, 그쪽으로 많이 노력했다. 또 앞으로 위험을 더 져야하는 그런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럴수록 향후 위험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증권사의 경쟁력 중 하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3대 대형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지금 국내 증권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으로 나가려니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 시장의 먹거리는 줄어 들고 있는 상황.

누가 1등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느냐의 처절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