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심리를 통해 본 파괴적 진실‥8편. 변태성욕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까?
뮌헨 외곽의 한 병원에 있는 외과의사의 빌라를 수색하자 수천 장의 사진이 나왔다. 상당수는 전라의 여성들이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부분 숲 속 나무에 묶여 있었으며, 일부 여성들에게 외과의사가 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윤리적인 이유로 생략하겠다. 사진 속의 여성들이 대부분 이 의사가 일하는 병원의 간호사와 동료 여의사라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남자는 여성들에게 어마어마한 매력을 발산했던 것 같았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문의 든든한 배경에서 비롯된 막대한 재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너무나 잘생긴 외모? 아마도 이것들이 조금씩은 다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남자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매우 ‘쿨 하면서도 쉽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는 비호감인 사람은 아니었으며 놀랄 만큼 협조적이었다. 수사관의 조사가 도를 넘어섰다고 여기면서도 우리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어떤 처벌받을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그 행위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성적 취향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으며,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자신만의 개별적인 성행위를 시도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모두 자신의 생각에 동의했고 그 어떤 강요나 억압, 착취도 없었다는 사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내가 본 사진들과 외과의사가 한 이야기는 내게 오랜 생각거리를 남겼다. 그렇게 그림처럼 아름답고 똑똑하고 젊은 여성들이, 그것도 이미 연인이 있거나 심지어 결혼까지 한 여성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십여 명의 숙녀들을 조사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왜 외과의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 데 충분했다.
조사받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그에게 ‘미쳐 있었다’고 시인했으며, 처음에는 외과의사와의 관계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남자에 대한 사랑이 점점 깊어갈수록 그의 성적 행위와 바람도 점점 기괴해져갔다.
그가 자신의 장난감(그에게 여자들은 그 이상이 아니었다)을 게임에 동참시키는 과정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거의 모든 여자들이 이 게임에 응했다. 극히 소수의 여자들만이 그의 진짜 모습을 꿰뚫어보고 게임을 거부했다.
숲 속 장면은 게임의 하이라이트였다. 동시에 이 하이라이트는 여자들에게 숙명적인 관계의 끝을 의미했다. 외과의사는 숲 속의 일이 끝나고 나면 어느새 새로운 도전거리를 물색하러 나섰기 때문이다.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이들을, 그것도 끊임없이 새로운 여성들을 자신의 바람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에 도달했다 싶으면 여자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이는 일종의 중독과도 같았다. 기본적으로 그는 누군가를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변태 부부에 대한 조사가 몇 주간 계속됐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중단되었다. 그들의 행동을 형사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결국 이들은 종과 고문기구, 욕조, 사슬, 가죽끈, 채찍을 모두 챙겨서 귀가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살육을 기꺼이 허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금도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한다. 이것이 단순히 희열을 갈구하는 유희일까? 아니면 이들은 정말로 병들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