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22편. 잘 아는 것과 사용할 줄 아는 것의 차이
한국학생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최소 6년 동안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를 하는데요, 모국어인 국어 공부보다 영어 공부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에 비해 좋은 영어 능력을 가진 학생들은 매우 드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창시절 내내 영어가 내 발목을 잡았다며 우스갯소리로 푸념하듯이 그저 영어는 배우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영어는 언어에 재능이 있는 일부 사람들만의 전유물인 것일까요?
저는 그 원인을 영어 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의 문제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영어를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에 대해 잘 알고 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인데요.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대개 중, 고등학교에서 연합고사 혹은 대입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 방법이 아닌 영어에 대한 지식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로 시험에 자주 나오는 영어 단어, 숙어, 문법 유형을 정리해놓은 책으로 영어를 배웠는데요. 많은 단어와 문법 지식이 영어 능력의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언어학자 Chomsky (1965)는 언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 (competence)은 곧 언어 사용 (performance) 능력이라고 주장을 했는데요.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단순히 영어의 단어와 문법을 알려주면 될 것이고, 배우는 사람은 단순히 외우면 될 테니까요. 때문에 이 주장은 학계에서도 competence와 performance능력의 차이 입증하는 많은 자료들을 통해 반박되었고, 우리의 경험으로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지하철에서 흔히 보는 광경처럼 영어 단어숙어 책 혹은 영어 사전을 들고 다니며 외우면 되는 것일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영어 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이 아닌 이상 이러한 방법으로 영어를 배우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언어 사용 능력은 사용 환경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대화하는 것과 조용한 카페에서 대화하는 것,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것과 입사 면접에서 얘기하는 것에 많은 차이가 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알고 또 훈련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영어 단어숙어 책에서 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즉, 이러한 책들은 언어 사용 환경에 대한 설명이 전무(decontextualized)한 경우가 대개입니다. 결국, 영어 단어와 문법을 달달 외워 영어 토익 혹은 토플에서 만점을 받아도, 영어로 말을 못하게 되는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쌓는 것이 분명 필요합니다만, 언어의 본래의 목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혹시라도 지금 영어를 배우겠다며 단어 숙어 문법 책을 보고 계신다면, 이제 그만 그 책을 내려 놓으시기를 권합니다.
차라리 영어 단어와 문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신의 흥미와 관련된 영어 책을 보거나 영상을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학원이나 영어 공부 동호회처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을 찾아 직접 사용하는 훈련을 하시기를 권합니다.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이선하 ELF 강사. http://blog.naver.com/goseonha >
출처: Chomsky, N. (1965). Aspects of the Theory of Syntax. Cambridge, MA: MIT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