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⑬ 똑똑한 역발상 투자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서둘러 주식을 팔려고 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오히려 이때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 주식투자를 늘리려는 투자자도 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혼자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역발상이라 하고, 이를 실천하는 투자자를 역발상 투자자라 한다.
Mr. 주식’, ‘주식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며 유럽 증권계의 거목이 된 ‘앙드레 코스툴라니(Andre Kostolany) ’가 대표적인 역발상 투자자다. 그는 투자의 최적시점을 “모두가 성공의 축배를 들고 있거나, 반대로 손실감이 극에 달해 시장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을 때” 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이 역발상 투자를 실천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같은 무리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이 행동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에 거꾸로 생각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려면 확고한 자기 믿음이 있어야 한다.
뛰어난 심리적 통찰력으로 시장을 이긴 또 한명의 역발상 투자의 귀재인 ‘데이비드 드레먼 (David Dreman.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 회장)’은 역발상을 사고의 축으로 한 투자이론을 만들었다. 그의 저서 ‘역발상 투자’에서 그는 최고 주식과 최악 주식은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즉, “기대주와 성과주는 이미 고평가 되어 있어서 수익을 내려면 저평가된 주식을 사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역발상 투자는 소수자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전통적 명제를 감안해 투자해야한다.
투자 상품의 가격은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비싸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이 아니다. 효율적 역발상 투자를 위해서는 가격의 주기(週期)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저점과 고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투자 상품만이 역발상 투자가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투자 상품은 ‘추세매매’에 적합한 상품이다.
몇 년째 끈질기게 이어지던 펀드환매로 울상을 짓던 국내펀드시장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최근 미국과 중국 발 악재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자 저가메리트를 노리고 주식형펀드에 역발상 투자자들이 몰리며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싸다고 하면 시기나 대상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가격 기준과 시점을 정해 선택적으로 자금이 들어왔다.
가치주, 배당주, 대형주, 레버리지인덱스 펀드와 같이 가격 반등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된 펀드로만 선택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었다. 중소형펀드나 유행에 민감한 펀드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국내펀드투자자들의 똑똑해진 모습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이들의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고 스마트해질 것이다. ‘묻지 마’ 투자 방식으로 실패를 본 많은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평소에 눈여겨 봐둔 펀드나 장기간 신뢰가 입증된 펀드가 아니면, 가격이 싸졌다고 무작정 사지 않는다. 펀드를 책임진 운용자들의 남다른 고민과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