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더웹툰' 이시영 "오버연기 지적, 저도 알아요"

입력 2013-07-02 10:49
“왜 이제야 스릴러에 도전했냐?”는 말에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는 배우 이시영(31).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10개일 때, 10개 모두가 로맨틱 코미디라며 심하게 고민을 하는 그녀가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김용균 감독, (주)필마픽쳐스 (주)라인필름 제작)을 만났다. 이를 어쩌나, 이제 10개 모두가 호러물이 될 것만 같으니.



이시영은 ‘더 웹툰: 예고살인’에서 인기 웹툰 작가 강지윤 역을 맡았다. 강지윤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교주로 통하는 인물. 그러나 자신의 웹툰과 똑같은 살인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게 되고 이 일로 극심한 혼란을 느끼게 된다. 데뷔 후 첫 공포영화, 어쩐지 그 타이틀이 믿음이 가지를 않는다. 이시영이라는 꽃이 예쁘게 피었다는 말이다.

◆ “로맨틱 코미디, 10개 중 8개를 위해”

김용균 감독으로 연출자가 정해지기 전부터 이시영은 이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꼭 하겠노라고. 자신에게 온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그냥 어디서 받아 읽은 시나리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영은 온 힘을 다해 강지윤이 되고 싶었다. 농담 삼아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 ‘내가 아니면 이 영화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이다. 이제 그 자신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

“‘기회가 될 때 꼭 다른 장르도 해 봐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만 해서는 절대 안 되더라고요. 들어오는 작품 중 10개면 10개 모두가 로맨틱 코미디에요. 저를 바라보는 이들의 생각이 다 같은 거죠.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배우들은 작품을 선택할 때 수동적인 면이 없지 않거든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다 보니 내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느꼈어요. 선택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 말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 10개 중 2개만 다른 장르가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일까? 이시영은 ‘더 웹툰: 예고살인’을 통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상큼함, 발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웹툰에만 푹 빠져 사는 건어물녀로만 생각했더니 어느 순간, 광기가 폭발하고 소름까지 돋는다. 한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의 느낌을 소화해 내는 이시영. 어느 순간 그녀는 연예인에서 배우가 돼 있었다.

“공포 영화지만 사실 지윤이의 드라마에요.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연습은 많이 한 편이었지만 노는 것 같고 밝고 유쾌했어요. ‘몇 시에 끝나지? 끝나고 뭐먹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내가 주인공인데 엉망으로 하면 작품에 영향이 가니까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정극이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에서도 했었지만 유머 코드가 다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인과응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웹툰이 많이 가려주잖아요. 감각 있게 보이는 면이 참 좋았어요.”



◆ “손 연기 깜빡 속으셨나요?”

이시영은 이번 작품을 위해 손 연기까지 신경을 썼다.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시영은 분명 오른쪽 손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시영은 왼손잡이다. 결코, 양손잡이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시영의 오른 손은 신기하게도 익숙하다. 이 때문에 ‘이시영 손 연기’는 하나의 완성 검색어로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장악하기도 했다. 괜히 운동선수가 아니다. 엄청난 집념을 가졌다.

“웹툰 작가이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많았어요. 그림을 그려주시는 분이 오른손 잡이였거든요.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그린 것과 왼손으로 그린 게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좀 나죠.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신경이 쓰였어요. 감독님한테는 작게 보여도 저에게는 크게 보였거든요. 그래서 연습을 하겠다고 했어요. 정말 많이 했죠. 다들 깜빡 속으셨다니 감사해요. 노력한 보람이 조금 있는 것 같네요.(웃음)”

영화를 찍을 때도 조그마한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배우만 해도 모자랄 텐데 복서까지 도전한 이시영. 복싱에 쏟아지는 관심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신경 쓰일 만도 한데 “영화 속 날 볼 때만 복서임을 잊어준다면 상관없다”고 말하는 그녀.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모든 걸 다 잘 해내고 싶고,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더 많은 이시영. “욕심이 왜 이렇게 많나? 끝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게 하지만 그 욕심이 그저 예쁘다.

“오버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모든 신에 의미를 부여해요. 매 신마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요. 그러다 보니 감정이 과해지고, 그 과한 감정이 못한 것 보다 더 못한 것으로 느껴지는 거죠. 과유불급이라고 하잖아요. 요즘은 한 신만 잘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해요. 영향을 주는 한 방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니까요. 쉬는 시간에 주로 영화를 보는 편인데 참 도움이 많이 돼요. 영화 ‘더 헌트’ 보셨어요? 교회 신에서 상황만 던져주고 관객을 이해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소름이 돋더라고요. 안보셨다면 꼭 보세요.”

영화에 흠뻑 빠진 이시영. 그녀는 영화를 설득의 미학이라고 정의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사를 설득하고, 캐스팅을 위해 배우를 설득한다.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는 감독을, 감독은 배우를 설득하고 마지막으로 영화는 관객들을 설득한다. 이게 바로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그래, 이제 우리는 이시영에게 설득 당할 차례다.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한 번 믿어볼까?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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